불경기와 인건비 상승에 키오스크·무인 시스템 도입
일자리 감소와 디지털 소외, 서비스 질 저하 우려도
“일자리 재조정과 디지털 교육 지원 병행 필요” 지적

경기도 수원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39세)는 “20평 정도 테이블 14개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 줄이려고 셀프바 설치하고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 설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원가도 오르는데 인건비라도 줄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외식업계, 프랜차이즈,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업종에서 아르바이트생 대신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업주들은 인건비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무인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1만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도래는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을 위한 결정이지만 오히려 인력을 줄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은 직원 수를 줄이고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 등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당연시 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음식점 2000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키오스크 도입률은 30.25%로 집계됐다. 음식점의 절반 이상인 55.04%가 키오스크를 도입한 주된 이유로 ‘인건비 절감’을 꼽았다.
무인화 도입 확산은 더욱 가파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매장 포화 상태로 지점을 더 늘리기보다 대형화 매장으로 차별화하는 추세다. 대형 매장일수록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무인화를 통해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업주 입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데 시간을 쓰는 대신 품질 및 관리에 더 힘쓸 수 있다는 것이 이점으로 꼽힌다.
스타벅스도 최근 진동벨에 이어 키오스크 도입에 나선다.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해 직원이 직접 주문 받고 음성으로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2023년 진동벨 서비스를 도입해 현재 150개 이상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등의 매장을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그밖에 대다수의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이미 모두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조리로봇도 각종 외식업장에 도입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지난해부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조리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전국 휴게소 5곳에 조리로봇 도입에 이어 최근 대구 논공휴게소에도 운영을 시작했다. 야간 근무자 부족으로 오후 10시면 문을 닫아야 했지만, 로봇 도입으로 24시간 푸드코트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상 4층에 위치한 CJ프레시웨이 프리미엄 푸드코트 '고메브릿지' 내 '버거스테이션' 매장에 햄버거 패티 조리로봇 ‘알파 그릴’을 설치했다.
무인화는 분명 편의성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문제도 대두된다. 먼저 일자리 감소가 대표적이다. 청년층과 취약계층의 단기 알바 자리가 줄어들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고, 일부 고객들은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경우, 기계 조작에 익숙하지 않아 주문 과정에서 당황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잦다.
또한 서비스 질 저하와 고객 불만 문제도 있다. 무인 시스템 특성상 상황 대응이 느리고, 주문 실수나 기계 고장 시 신속한 처리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인화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임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안전망과 고객 편의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자리 대체만을 목적으로 한 무인화가 아닌, 일자리 재조정과 디지털 교육 지원 등의 정책 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세정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인력 대체 가능성이 큰 근로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직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령층, 저학력 근로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직종으로의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