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 측면 시장 고도화 흐름은 유사
한국은 자율 설계, 중국은 제도 기준 중심
4월 말 中 정치국 회의, 정책 변수 주목

한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고 있고 중국은 ‘신국9조’를 기반으로 상장기준과 배당정책을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유인 중심과 규제 중심이라는 상반된 해법이 양국 자본시장의 구조 차이를 보여준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양국은 자본시장 개혁의 목적과 정책 지향은 유사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제도적 환경과 감독체계의 차이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된다. 한국은 시장 자율성과 기업의 참여 유도를 중심에 두고 세부 제도 정비에 나선 반면 중국은 감독당국 주도의 구조 정비를 통해 정책 효과의 가시화를 추구하고 있다. 규제 밀도나 개입 수위는 상이하지만 시장 신뢰 기반 확보라는 전략적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작년 4월 국무원이 발표한 ‘자본시장 고품질 발전 의견’(일명 신국9조)을 바탕으로 상장·퇴출 기준 강화, 배당정책 공시 의무화, 불법 행위 제재 강화, 장기자금 유입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시장 유동성과 투자자 기반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도 병행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 확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유도, IPO 등록제 도입,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된다. 이는 개방성과 안정성 간 균형을 고려한 정책 조합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유사한 방향의 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모험자본 공급 확대, 대체거래소 도입,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공시 기준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배당정책 명문화, 자사주 소각 유도, 지배구조 공시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설정돼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양국 감독당국과 정책 협의를 진행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홍콩과 중국을 방문해 각국 금융감독기관 수장들과 자본시장 감독 현안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줄리아 룽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CEO, 우 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샤오 유앤치 중국 금융감독관리총국 부국장과 잇달아 면담을 진행했다. 룽 CEO는 "미국 상호관세 등 대외요인에 따른 변동성 증가에도 홍콩 주식시장은 일시적 충격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국의 자본시장 개선 노력을 잘 알고 있고 홍콩도 지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론의 장에서 활발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우 칭 중국 증감회 주석과의 면담에서 밸류업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인프라 정비 등 한국 금융당국의 주요 과제를 공유하고 양국 간 정책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자본시장 구조를 정비하려는 양국의 접근 방식은 감독환경과 법제도의 차이에서 출발하지만 시장 내 실질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외국인 투자 유입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정책 방향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규제 중심의 안정 추구와 유인 중심의 자율 개선이라는 두 모델은 상호 대조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고도화를 지향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구조 개편 노력은 최근 중국 자본시장의 불확실성과 맞물리며 정책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 자본시장은 정책 기대감과 구조적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국면에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하고 재정적자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확대했다. 보다 강도 높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대응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기술주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부담은 소비와 투자심리 제약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등 외부 변수도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감독당국은 구조개혁과 시장 질서 회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정책 기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증권 김경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 중화권 증시와 관련해 “2025년 중화권 증시는 안정적인 환율과 정책 여력, 높은 내수 매출과 수급 의존도, 구조적인 자금 유입, 대형주의 실적 턴어라운드 등이 하반기 상승을 지지할 전망“이라며 ”4월 말 정치국회의를 기점으로 중화권 증시 반격을 주목하며 중국 장기 금리안정을 단기 바로미터로 제시한다”고 진단했다.
양국 자본시장 구조 개편은 제도적 차이를 반영한 결과지만 정책 신뢰 제고와 외국인 투자 기반 확대라는 공통 목표 아래 제도 정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말 예정된 정치국 회의에서는 중국 내 추가 부양책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며 향후 정책 조합의 조정 여부가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