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에 저축성 상품 강화
삼성 153%·한화 109% 사업비 ↑
설계사 정착금·수수료에 큰 영향
업황 악화, 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장성보험 사업비가 2년 새 큰 폭으로 늘어났다. 새롭게 적용된 회계기준(IFRS17) 영향으로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회계적으로 유리해지면서 보험사들이 전략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사업비 증가는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분석에 따르면 대형 생보사 2곳(삼성생명·한화생명)의 지난해 보장성보험 사업비는 2년 전인 2022년에 비해 평균 약 130% 늘어났다. 공시를 보면 2024년 삼성생명의 사망·건강보험 사업비 총액은 4조6347억원으로 2022년(3조257억원)에 비해 153%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2022년 단체보험을 제외한 보장성보험 사업비는 1조834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09.24% 늘어난 3조838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두 회사의 저축성보험 사업비는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 2022년 5702억원이었던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 사업비는 2년 뒤인 2024년 4225억원으로 25.89% 줄어들었다. 한화생명의 경우 26.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빅2를 제외한 다른 생명보험사도 상황은 같다. 동양생명의 보장성보험인 생존보험과 사망보험의 사업비는 2022년에 비해 각각 55.40%, 90.50% 증가했다. 반면 보장성과 저축성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생사혼합보험 사업비는 2022년 1224억원에서 지난해 2478억원으로 79.75% 감소했다.
지난 2022년 미래에셋생명의 사망보험과 건강보험 사업비는 389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5374억원으로 집계되며 큰 폭(137.82%)으로 늘었다. 반면 저축성보험 사업비는 2.84% 줄어들었다.
생보사 4곳의 보장성보험 사업비는 지속해서 증가 중이다. 신한라이프의 보장성보험 사업비는 1년 전에 비해 46.72% 늘어났지만 저축성보험 사업비는 12.26% 감소했다. 연간 사업보고서에 2024년 연간 사업비를 확인할 수 있는 생보사 중 KB라이프생명만이 저축성상품 사업비 증가율(96.70%)이 보장성보험 사업비 증가율(83.40%)을 웃돌았다.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사업비가 증가한 것은 그만큼 해당 상품의 영업과 판매가 활발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계약을 체결할 때 발생하는 미래 보험금 지급 의무를 현재가치로 반영하게 된다.
저축성보험은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상당 부분이 적립금으로 쌓이지만 보장성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제외한 나머지가 회사의 수익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보장성보험을 많이 판매할수록 보험사의 재무제표상 수익성이 개선된다.
보험사의 사업비는 보험을 판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설계사 모집 수수료 △광고 및 마케팅 비용 △계약 관리 비용 등이 포함된다.
사업비 중에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손해보험사에 비해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는 생보사는 설계사 유인 경쟁 탓에 많은 정착지원금과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설정하고 있다"며 "보장성보험 상품 경쟁력이 손보에 비해 밀린다는 점도 사업비 증가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늘어난 사업비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사업비 지출을 보험료에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승엽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본지에 "사업비가 장기적으로 늘어나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리거나 회사의 이익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생보사를 둘러싼 업황은 좋지 않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5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보면 생명보험사는 기준금리 인하와 고착화되는 저성장, 초고령화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위기에 처했다. 보고서는 규제 강화에 따라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위축돼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으며 회사 간 경쟁은 심화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