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원'이라며 이름과 생일 확인해
"명의도용 의심된다" 개인번호 전화 유도
의심 전화 곧바로 끊고 공식 채널 통해야

/여성경제신문=허아은 기자

카드 배송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가 기승이다. 특히 이들은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언급하며 의심을 풀게 만드는 수법을 활용하므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가명)는 최근 택배를 사칭한 의문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 상대방은 "택배입니다. ○○씨 되시나요?"라며 정씨의 이름을 정확히 불렀고 "카드 배송 때문에 연락드렸는데 집에 있냐"고 물었다. 박씨가 무슨 카드냐고 묻자 상대방은 "봉투 보니까 롯데카드로 나와있다"고 답했다.

박씨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하자 사칭범은 박씨의 정확한 생년월일까지 불러주며 재차 확인했다. 개인 정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자 박씨는 순간적으로 의심을 풀 뻔했다.

박씨가 신청한 적 없다고 한 번 더 부인하자 사칭범은 "그렇다면 명의도용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롯데카드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해보라고 했다. 사칭범이 불러주는 번호가 휴대전화 번호라는 점에서 박씨는 보이스피싱임을 눈치채고 추가 전화를 걸지 않았다.

만약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 형식의 해당 연락처로 전화할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연결돼 카드 발급 확인 용도라며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앱을 설치하게 되면 조직원은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당신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이면서 자산 검수를 위해 현금과 수표를 인출해 전달할 것을 요구한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 사기를 시도하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린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보이스피싱 사례에 대해 소비자경보 등급을 '경고'로 상향했다.

이름과 생년월일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미리 확보한 후 접근했더라도 통화를 우선 중단한 후 공식 채널에 문의해야 한다. 홍준호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본지에 "개인 정보 유출이 빈번하기 때문에 정보가 맞다고 해도 신청한 적 없는 서비스에 관한 전화라면 빠르게 끊는 것이 피싱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신원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 보내주는 URL을 클릭하거나 알려주는 연락처에 전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롯데카드는 여러 방식으로 피싱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본지에 "카드 배송원 사칭 사기범의 실제 사기 사례를 담은 공지사항을 디지로카 앱과 홈페이지 공지사항 최상단과 롯데카드 금융소비자보포털에 게시하고 있다"며 "50대 이상 앱푸시 수신 동의 회원에게는 해당 공지사항을 푸시 알람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편 청구서 후면에도 소비자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방문하는 카드센터에도 경보 안내문을 게시했다.

롯데카드는 고객센터를 자동응답 서비스를 통해서도 소비자에게 위험을 고지하고 있다. 롯데카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면 "최근 보이스피싱 범인이 롯데카드 배송 직원을 사칭하여 카드 발급 안내 문자 메시지 및 직접 전화를 거는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며 "모르는 전화번호는 가급적 받지 말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 역시 카드 배송을 미끼로 하는 보이스피싱에 고령층의 피해 사례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에만 피해액이 361억원 늘어났다. 보이스피싱으로 2억원 이상 고액 피해를 본 사람의 약 80%가 여성이었으며 60대 여성은 그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