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수소차 시장 62조7000억원 전망
수요 부진에도 한중일 시장 확대 본격화
현대차·도요타 '수소 동맹'으로 비용 절감
"상용화만 되면 블루오션 될 가능성 높아"

경남 창원광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수소 모빌리티 로드쇼'에서 관람객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광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수소 모빌리티 로드쇼'에서 관람객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수소전기차(FCEV) 시장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프라 확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소차의 정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17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수소차 시장 규모는 431억 달러(62조7000억원)로 연평균 약 6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수소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문제가 있지만 경쟁력을 확보하면 친환경 차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중일 자동차 기업들은 신차 출시 및 공장 유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자 소비 시장인 중국은 '수소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2021~2035년)을 통해 2035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1만2866대로 현대차가 3836대로 1위를 차지했고 도요타가 1917대로 2위, 중국 수소 버스 제조업체 위통(Yutong)이 1137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내 수소 상용차를 포함하면 전체 판매량은 7113대로 현대차를 넘어선다. 현재 중국에서는 SACI, 둥펑자동차, 이치그룹 등 10곳 이상의 기업이 수소차 개발 및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도 수소차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지난 2월 열린 '2025 스마트 에너지 위크'에서 신형 수소차 '크라운 FCEV'를 공개했다. 기존에는 수소차 전용 모델만 출시했지만 이번에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모델을 추가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도요타는 기존 '미라이'와 함께 2종의 수소차 라인업을 구축했다.

국내에서 수소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넥쏘'의 후속 모델인 '이니시움'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수소차로 2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수소차 기술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 왔다. 지난해 'CES 2024'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HTWO)'를 발표했으며 이후 그룹 계열사의 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또한 현대차는 국내 첫 자체 수소연료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울산에 공장을 착공해 2028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하면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목적에 ‘수소 사업 및 기자재 관련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토요다 아키오 일본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함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토요다 아키오 일본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함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차는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드는 만큼 현대차와 도요타는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12일 이항수 현대차 부사장 등 임원진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의원연맹 방일 행사에 참석해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입법·정책 수립을 논의했다. 주요 논의 내용은 △수소 충전 기술 표준화 △수소 관련 제품 호환 △공동 기술 개발 등이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EV)에 이어 수소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기업의 협력은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기차 초급속 충전소 설치에는 약 5억원이 들지만 수소 충전소는 고압 수소 저장 시스템과 방폭 시설 등이 필요해 30억~50억원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제3국에 수소차를 판매할 시 양사가 공동으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차세대 수소차 콘셉트카 발표 자리에서 "수소 산업은 도전 과제가 많아 협업이 정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중곡동의 'H 광진 무빙 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곡동의 'H 광진 무빙 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차 시장 확대를 위한 한중일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부족한 인프라 확충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차 충전 인프라 구축은 더욱 더딘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는 386기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전기차 충전소가 39만4132대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중 성남시와 제주도에 이동형 수소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도 수소차 충전소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2025년 제1차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 회의를 열어 올해 수소차 보급 계획에 따른 안정적인 수소 수급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환경부는 이날 회의에서 수소 승용차 1만1000대 신규 보급 및 충전소 구축 계획을 보고하며 올해 1963억원을 투입해 수소 충전기를 64기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기차는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쉽게 생산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199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5년 만에 상용화한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수소차 모델이 일본과 함께 두세 종류뿐이기 때문에 향후 상용화와 보급이 확대되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커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차 인프라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수소 충전소 확대도 필요하지만 단순히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관련 규정 개정이 더 중요하다"며 "현재는 고압가스관리기사가 직접 충전을 해야 하지만 셀프 충전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면 충전소를 두 배로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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