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 시나리오, 성장률 1.4%까지 하락 가능
조선·방위 반등 기대하나 시장 변동성 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수출 둔화, 환율 변동성 확대, 금융시장 불안 등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한국 성장률이 1.4%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3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강행하고 보복 조치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한국의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주요 무역국에 대해 고율 관세를 강행하고 보복 조치가 이어지는 경우를 ‘비관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이 1.4%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면서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는 낮은 관세를 적용할 경우 한국 성장률이 개선될 가능성도 나온다. 2026년부터 모든 국가에 대한 관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면,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은 기본 시나리오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심화될 경우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는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무역 갈등이 악화될 경우 통화 완화정책이 강화되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한은은 미국 새 정부의 관세정책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추가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점검했다. 트럼프 1기(2018∼2019년) 당시에는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주가와 장기금리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세정책의 부정적 영향과 이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국내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주가의 경우 보호무역 강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크게 하락해 밸류에이션이 장기 평균을 상당폭 밑돌고 있다"며 "조선·방위산업 등 미국 신정부 정책 수혜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점도 주가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금리와 관련해선 "장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 국고채 공급물량 확대가 예상되는 등 수급 요인도 금리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매우 크고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심도 큰 만큼 향후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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