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내년 100만명 돌파
“국가가 외면하는 치매 지옥”

서울 지역 첫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 첫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치매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다. 보건복지부가 12일 발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9.25%)은 치매를 앓고 있다. 올해 치매 환자는 97만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44년이면 그 수가 2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화는 치매 증가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만들었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노년기에 접어들며 전체 고령층 인구가 폭증했고 이에 따라 치매 환자 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52.6%는 1인 가구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27.1%)나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19.8%)도 있지만 결국 치매는 가족 내 돌봄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병이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중 45.8%가 돌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경제적 문제였다.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중 38.3%, 요양병원·시설에 있는 환자의 가족 중 41.3%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경우 연평균 1733만 9000원, 시설·병원에서 생활하는 경우 3138만 200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은 치료비가 아니라 돌봄비였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환자의 경우 전체 비용의 67.0%가 돌봄비(장기요양비·간병비 등)였으며 시설·병원 환자도 돌봄비 비중이 48.9%에 달했다. 치매가 ‘치료하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는 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남성 치매 환자의 증가다. 여전히 여성(9.57%)의 유병률이 남성(8.85%)보다 높지만 남성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2008년(7.6%)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8.85%를 기록했다. 반면 여성은 2012년 11.12%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흡연, 음주, 당뇨병, 순환기계 질환 등의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남성의 건강 행동이 상대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 구성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다. 치매 환자가 혼자 사는 경우(52.6%)가 절반을 넘었고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학자의 경우 치매 유병률이 21.3%에 달하는 반면 대학교 이상 학력자는 1.4%에 불과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인지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예방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족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조사 결과 가족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기간은 평균 27.3개월이었다. 하지만 결국 24시간 돌봄이 불가능해지면서 요양병원·시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봄 중단 이유를 보면 24시간 돌봄의 어려움(27.2%)과 증상 악화로 인한 가족 불편(25%)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수립할 계획이다. 핵심은 조기 발견과 집중 관리다. 정부는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독거·부부 치매 환자를 위한 사례 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증 치매 환자의 장기요양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 입소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호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 연 22회에서 24회로 확대된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초고령사회에서는 노동시장에서의 노인 역할,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 강화 등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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