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사각지대 속 무면허 의료 논란
전문가 "환자 안전 위협 즉각 제재해야"

여성을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진행한 한의원이 비난받고 있다.
11일 메디게이트 보도에 따르면 A 한의원은 복부초음파와 성병 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등을 시행했다. 혈액검사 및 질 분비물 도말 검사 등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의 의료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2021년 4월 29일 광주지방법원은 한의사의 혈액검사 행위에 대해 "'혈액검사는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이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한의사의 혈액검사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또한 2007년 대법원은 간호사가 자궁질 도말 세포병리 검사를 수행한 사건에서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며 "자궁경부 내부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은 의료인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부적절하게 시행될 경우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어 의사가 수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그런데도 A 한의원 측은 "초음파 의료기기는 한의학적 진단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성병 검사는 한의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소 관계자도 "관련 법령이 모호하고 성병 검사 관련 한의사와 의사의 진료 영역을 구분한 명확한 판례가 없다"며 즉각적인 제재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및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해석이 성급하며 의료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추가 취재를 통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여성경제신문에 "성병 검사는 단순히 균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검사의 목적은 즉각적인 치료로 이어지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산부인과에서는 검사를 하면 바로 질 내 소독을 하고 필요시 항생제 처방 및 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한의원이 성병 검사를 시행한다면 이후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결국 환자를 다시 산부인과로 보내야 한다면, 검사의 목적 자체가 불분명해진다"고 했다.
또한 "특히 성병은 빠른 치료가 중요한데, 한의원이 한약 처방 등을 하며 시간을 지체할 경우 환자 치료가 지연될 위험이 크다"며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매독, 임질 등의 경우 한의학적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법상 혈액검사와 질 분비물 검사는 의사의 영역인데, 이를 한의원이 수행하는 것은 의료 행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한의원이 검사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결국 치료할 수 없는 '검사를 위한 검사'가 되고,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의원의 엑스레이 사용 여부와 관련해서도 의학계 간 이견이 나온다. 한의계가 법원의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판결을 근거로 공식적으로 엑스레이 사용을 선언하자 의료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일 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합법적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달 17일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용 엑스레이 기기를 사용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의협은 이에 대해 "법원이 단지 특정 기기의 사용이 공중보건에 위해를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의협은 "한의협은 대만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중의사가 한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한의학과 의학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는 한의원의 성병 검사 및 엑스레이 사용과 같은 의료 행위 확장이 환자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의료 행위는 실험과 데이터,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의원의 성병 검사는 치료와 연결되지 않는 이상 의료적 의미가 없다"며 "한의원이 의료의 본질을 벗어난 검사를 수행하는 것은 결국 환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