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육아로 경력 단절된 여성
경력과 특장점 살려 에어비앤비 운영
국내 여성 호스트, 게스트 선호도 높아

에어비앤비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호스팅은 나의 힘: 새로운 꿈을 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여성 호스트 3인과 토크쇼를 개최했다. /류빈 기자
에어비앤비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호스팅은 나의 힘: 새로운 꿈을 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여성 호스트 3인과 토크쇼를 개최했다. /류빈 기자

서울 아현동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김미애 호스트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지 70일 만에 숙소를 오픈했다. 패션 VMD로 활약했던 그는 출산 및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고 난 이후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인생 제2막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인테리어 소품비 등 300만원을 초기 자본금으로 들였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호스팅은 나의 힘: 새로운 꿈을 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여성 호스트 3인과의 토크쇼를 개최했다. 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호스팅을 통해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여성 호스트들을 조명했다. 

패널로 참석한 호스트들은 경력 단절 이전 본인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고 각자의 경력과 특장점을 호스팅에 접목한 것이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숙소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밝혔다. 호스팅을 통해 다시 한번 사회와 연결되고 그간 쌓아온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과 의미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여성경제신문이 만난 김미애 호스트는 “집주인에게 에어비앤비 운영을 허락받기까지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면서 “에어비앤비를 한다고 하면 보통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한다. 궁금하면 언제든지 오셔도 되고 거절하면 언제든지 나가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운영해 나가는 걸 보시더니 오래 해달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김 호스트는 “디자이너 출신이기 때문에 연말 크리스마스 등의 분위기에 맞춰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수월했다. 중고 가구 제품도 활용해서 초기 자본금도 많이 절약했다”며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가장 신경 쓰는 건 청결”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소비자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매장 콘셉트를 잡는 것처럼 게스트들의 관점에서 묵고 싶은 숙소 경험을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숙소를 운영하고 있고 이렇게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2호점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남현동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김현숙 호스트는 “관광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게스트들에게 무료로 서울역사박물관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며 “본인의 직업을 연계해 숙소를 운영해 보는 것도 게스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호스트는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방 하나, 화장실 하나를 손님 전용으로 두고 부엌과 거실을 함께 사용한다. 본인이 실제로 거주하는 집이기 때문에 게스트는 여성 여행자로 한정했다. 그는 2년 전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도전하려다 실패했던 바 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으려면 윗집과 아랫집, 옆집까지 총 네 이웃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랫집이 반대한 것이다. 이후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진 이웃이 이사 오게 돼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구청 허가와 이웃 동의 후에는 게스트가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숙소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집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현동에 위치한 숙소인 만큼 관악산 등산로, 남현동 예술인마을에 있는 서정주 시인의 집, 전통시장 방문, 예술의전당 투어 등 게스트들에게 동네 산책 코스를 제안하기도 한다. 

장안동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차민 호스트는 항공사 승무원, 커피 브랜드 부티크 매니저, 요가 강사,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가진 선생님 등 다양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숙소에도 녹여냈다. 

차민 호스트는 “요가 강사 경험을 살려 ‘요가하는 사람의 집’을 콘셉트로 삼아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고유한 매력과 특성을 갖추어야만 오래 사랑받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 집중해 숙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차 호스트는 “5~6월 사이에 오실 일본 게스트분이 21박 정도 장기 숙박을 예약하시려고 하는데 굉장히 꼼꼼하게 거의 한 달도 더 전부터 저한테 연락하셨었다”며 “한국에서 21일 동안 계시면서 한국어 공부도 같이하고 싶다며 혹시 과외도 해 줄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하더라. 이분이 알고 보니까 제 숙소가 아니라 저의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주셨던 것 같다. 호스트가 무엇을 한 사람인가를 보고 예약을 결정한다는 점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가 강사의 경험을 살려 작은 요가 샬라에 있을 법한 소품들은 물론 요가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포함해 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호스트는 “곳곳에 명상할 때 도움을 주는 싱잉볼은 물론 힌두교적인 요소가 있는 가네샤 등의 소품도 같이 놓고 저의 캐릭터를 자주 보여줄 수 있는 소품들을 많이 사용했다”며 “아무래도 이 숙소와 요가적인 부분이 서로 결합해서 윈윈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한국에 왔을 때 그냥 여행하는 게 아니라 액티비티 프로그램, 예를 들면 다들 가보고 싶어 하는 성수동이 있다면 성수동의 바로 옆인 서울 숲에서 야외 요가를 하는 체험이라든가 쉼과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체험을 조금 더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 호스트들이 호스팅을 통해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고 자아실현과 경제적 자립을 이뤄낸 경험담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출산 및 육아, 은퇴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후 다시 한번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고 삶의 가치를 주도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는 직업은 이들의 발판이 된 셈이다.

이날 참석한 여성 호스트 3인은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공유 숙박 호스트 양성 과정’에 참여한 이들이다. 그동안 에어비앤비는 여성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경제적 자립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력 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6개월에 걸쳐 ‘공유숙박 호스트 양성 과정’을 운영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호스팅에 도전하여 자아실현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가고 있는 여성 호스트들에게 깊은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에어비앤비는 여성이 경력 단절 등 허들을 넘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혜택 이상의 가치를 선사하고 있다"며, “에어비앤비는 앞으로도 여성 호스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더 많은 여성이 호스팅을 통해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여성 호스트들은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및 한국인 호스트 모두 여성의 비율은 약 55%로 과반의 수치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 호스트들은 게스트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여성 호스트 중 후기를 통해 별점 5개 이상을 받은 비율은 절반 이상인 64.4%를 차지했다. 또한, 평점과 후기, 신뢰도를 바탕으로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숙소 컬렉션인 '게스트 선호 숙소' 내 여성 호스트의 비중도 56.1%의 높은 비중으로 드러났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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