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전액 회수한다더니
국제 에너지價 안정에도 방관만 
정의감에 '공수표'만 남발했나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24년 1월 2일 대구 본사에서 진행한 2024년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24년 1월 2일 대구 본사에서 진행한 2024년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1490억원을 기록한 것을 두고 “큰 폭으로 흑자 전환한 것은 적자 만회를 위한 전사적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14조원을 상회하는 미수금 폭탄에 47조원 규모의 부채 등 천문학적 규모의 재무 리스크가 중첩되고 있는 공사가 스스로 자구책을 높이 사며 자축할 시점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가 이하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최연혜 사장을 비롯한 공사 임원진의 리더십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업계 한편에서 쏟아진다.  

6일 유관업계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27년까지 미수금 전액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크다. 

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한 뒤 받지 못한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으로 사실상의 영업손실이다. 미수금 누적에 따른 이자만 12억원인데다 공사 부채로 내는 연이자도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가스공사의 부채는 2023년말 기준으로 47조4000억원으로, 현재도 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가스공사의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14조원 규모의 미수금 전액을 회수해 2024년 430.7%의 전체 부채율(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을 2028년 215.7%로 낮추겠다고 했으나 어려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가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가 이하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급격한 공급 축소로 치솟았던 유럽의 천연가스를 비롯해 석유, 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은 최근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당면 과제로 재무구조 개선을 꺼내들며 줄곧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가스요금 인상 논의는 멈춰 선 상태다. 신년사에서 “미수금 해결을 위해 요금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부임 초 나왔던 ‘낙하산’ ‘비전문성’ 논란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체제에서 공과금 인상이라는 예민한 민생 현안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논의가 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이 대내외적 불안정으로 민생이 악화된 상황에서 요금 인상안을 꺼내들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오르며 수입단가에서 큰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472.3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종가기준)다. 연말 종가 기준으로는 1997년 1630원 이후 가장 높다.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점이 평균 1495.8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80% 가량을 책임는 가스공사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00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요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단가가 오르면서 공사가 재무 개선을 이뤄내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객관적인 평가다. 

입찰 당시 가스공사 주가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잠정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리어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시행한 결과, 첫 시추작업에서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고 발표했다. 발표 다음날 주가가 장중 15%대 급락하면서 8개월여 만에 3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시추 가능성을 발표한 후 주가가 보름 만에 장중 6만4500원까지 뛴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작년 국정감사에는 미수금 회수가 7~8년 걸릴 것이라고 하고 올 계획에는 2027년까지 미수금 전액을 회수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말이 맞는지 국정감사에서 분명히 짚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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