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메이크업·외국인 장례 등 확장
장례 산업 새 블루오션, 기업도 진출

장례지도사 조윤빈(24) 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장례 일을 꿈꿨다. 또래 친구들이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고민할 때 조 씨는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주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여자가 하기 힘든 일 아니야?" "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조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추모공원에 취업했다. 지금은 장례를 마친 고인을 화장로로 옮기고 화장이 끝난 뒤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장례지도사는 단순한 서비스직이 아니라 ‘마지막 복지’를 제공하는 명예로운 일"이라며 "요즘 같은 취업난에도 졸업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시신 관리부터 빈소 설치, 유족 상담까지 장례 절차 전반을 총괄하는 직업이다. 전문 교육기관에서 현장 실습을 포함해 최대 3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2030세대와 여성, 심지어 은퇴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까지 유입되면서 직업의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례지도사가 체력 소모가 크고 감정적으로도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남성 중심의 직종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여성과 젊은 층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대형 상조 업체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박정현 씨는 "우리 회사의 장례지도사 비율을 보면 남녀가 반반이고, 20·30대가 가장 많다"고 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도 이러한 변화를 실감한다. 그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작년에 우리 장례식장에서 체구가 작은 여성 장례지도사를 처음 채용했을 때 힘든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면서도 "막상 일을 맡겨보니 세심하고 꼼꼼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대학에서도 장례 관련 학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의 지난해 신입생 34명 중 80%가 20대였고 이 중 절반이 여성이다. 경북 경주의 신경주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난해 4년제 장례문화산업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고인의 존엄성과 품위 있는 이별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장례지도사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장례 절차 진행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보다 정교한 장례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장례 복원 메이크업'이다. 생전의 얼굴과 최대한 비슷한 모습으로 고인을 단장하는 과정으로 교육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참사 발생 시 유족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 278명의 장례지도사를 현장에 파견해 시신 수습과 장례 절차를 지원했다.
외국인 인구 증가에 따라 외국인 장례 절차도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장례지도과 2학년 김소하(20) 씨는 "외국인 사망자를 본국으로 운구할 때 부패를 최소화하는 기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반려동물 장례시장도 성장하면서 일부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취득하고 있다.
장례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하다. 정수기·렌털 서비스로 유명한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상조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교육 기업 대교는 지난해 12월 상조 서비스를 출시했고 웅진은 상조업계 1위 기업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전통적인 상조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장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례가 가족이나 개인 단위의 문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상조업의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