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대법원 판결 이미 버스는 떠나버려
택시업계 상생 요구에 냉소적 반응 보인 탓
배태준 교수 제2의 타다 피하기 위한 제언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영업을 중단함으로써 타다 베이직에 투입됐던 11인승 카니발 차량 1천500대가 매각됐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영업을 중단함으로써 타다 베이직에 투입됐던 11인승 카니발 차량 1천500대가 매각됐다. /연합뉴스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국회의 '타다 금지법'으로 법정 공방을 겪은 끝에 4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서비스를 종료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카카오T와 달리 금융 플랫폼 토스 애플리케이션 한 편으로 밀린 타다의 실패는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과 충돌할 때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교훈'을 남겼다.

지난 2018년 박재욱 전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가 선보인 '타다 베이직'은 11인승 이상 승합차와 대리기사를 활용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했다. 넓고 쾌적한 공간, 승객과의 불필요한 대화 배제, 기사가 목적지를 사전에 알지 못하는 운영 방식 등을 도입해 택시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타다는 출시 100일 만에 회원 수 25만 명을 돌파하면서 2019년 4월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차량 1000대, 드라이버 앱 등록자 1만6000명, 운행 드라이버 4300명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폭발적인 성장과 달리 택시 업계는 타다가 택시 면허 없이 불법 콜택시 영업을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당시 운영사인 쏘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11인승 승합차를 예약하는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타다를 기소했다.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16일 여성경제신문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의 지원을 받아 배태준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 부교수가 'K-스타트업, 실패가 알려주는 성공의 길'에 기고한 제2의 타다를 피하기 위한 제언을 살펴봤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에 따르면 택시 사업자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유상으로 승객을 태우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에만 대리 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해 운영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년 2월 "타다는 플랫폼 기반의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에 해당한다"며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국토교통부는 2019년 10월 발의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수정해 1심 판결 2주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바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이다.

지난 2021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타다를 인수하며 토스 어플 교통 카테고리 택시 부분에서 타다를 이용할 수 있다. /토스 캡처
지난 2021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타다를 인수하며 토스 어플 교통 카테고리 택시 부분에서 타다를 이용할 수 있다. /토스 캡처

결국 타다는 1년 5개월 만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2020년 4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중형택시 라이선스 기반 '타다 라이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토스 운영사인 비바 리퍼블리카로 편입됐다. 대법원 형사3부는 2023년 6월 1일 타다의 무죄를 최종 확정했지만 이미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종료된 후였다. 이에 박재욱 전 대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던 그때의 타다가 그리울 따름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배 교수는 타다 베이직은 종료됐지만 스타트업의 혁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와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떤 대응이 요구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71조원으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1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도 개인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으로 △플랫폼을 통한 차량 대여(차량 공유) △개인 간 자동차 공유(승차 공유) △고객과 차량 제공자를 연결하는 카 헤일링(Car Hailing)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이 중 카 헤일링이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된 국내 카 헤일링 업체들은 대부분 기존 택시 면허를 기반으로 한 택시 호출 서비스였으며 승합차 렌터카 기반 카 헤일링 서비스는 타다가 유일했다.

배 교수는 '뜨겁게 사랑받고 격하게 미움받던 타다'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지지나 예외적 허용보다 기존 업계의 수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다는 국가가 공급을 통제하는 시장에 신규 진입한 사업으로 기존 업계의 영업권 침해 우려로 강한 반발에 직면했지만 통제된 시장에서 초과 수요를 해소하며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업과의 경쟁이 제로섬 게임이 아닌 산업 전체의 성장을 유도하는 ‘포지티브섬’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인식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학계에서 '정당성 확보'라고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낮은 가격, 우수한 품질, 빠른 서비스 같은 ‘시장 논리’가 정당성을 결정하지만 타다가 진입한 카 헤일링 분야는 ‘비(非)시장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새로운 서비스를 인정하기보다 기존 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순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배 교수는 "기존 업계가 변화하고 함께 혁신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은 자신의 역량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은 섣부르게 혁신을 강조하기보다 세련된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를 통해 태도의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상 관리는 기업이 이미지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전략으로 규제와 관련된 신사업에서는 혁신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타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혁신을 강조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를 구태로 간주하거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며 "결국 소비자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음에도 합법성 여부를 결정하는 정치권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서비스 종료라는 결말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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