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늘고 충당금 비율은 하락
요주의여신 1년만 8230억원 증가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차주 상환 능력이 악화되며 주요 은행의 잠재 부실 여신이 급증하고,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차주 상환 능력이 악화되며 주요 은행의 잠재 부실 여신이 급증하고,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요 시중은행에서 잠재 부실 여신이 급증하며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다수 보유하게 됐다. 특히 요주의 여신은 부실채권(NPL)으로 전환되기 전 단계로 향후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여신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요주의여신 규모는 총 7조1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6조9920억원)보다 823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여신 중 요주의여신 비율도 0.49%로 전년 말 0.47%에서 0.0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은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하며 이 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을 묶어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한다. 요주의 여신은 부실화 직전 단계로 통상 1~90일 원리금 연체가 발생한 대출을 의미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요주의여신이 2023년 말 2조460억원에서 2024년 말 2조4740억원으로 20.9% 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1조4190억→1조4440억원(1.8%) △신한은행 1조3310억→1조5070억원(13.2%)△우리은행 1조4960억→1조6890억원) (13.0%)도 각각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총 3조9490억원으로 전년 말(3조3860억원)보다 5630억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1조1550억원→1조2950억원, 11.3%) △신한은행(7870억원→8620억원, 9.5%) △하나은행(8780억원→1조200억원, 16.2%) △우리은행(5660억원→7810억원, 38.0%) 순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25%에서 0.27%로 상승했다.

금융권에서는 요주의 여신 증가가 향후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연체 기간이 90일을 넘길 경우 고정이하여신으로 재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실 가능성이 있는 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충당금 적립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가중된다.

지난해 9월 기준 4대 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평균 205.43%로 2023년 12월(246.35%)보다 40.92%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대손충당금 잔액은 늘었지만 부실채권 증가로 적립 비율은 오히려 하락한 상황인데 부실채권 증가 규모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충당금 적립이 늘어도 부실채권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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