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장수 경제 세미나' 마지막 섹션 개최
금융·의료·복지 전문가 모여 해법 모색
고령화 정책, '생존' 넘어 '삶의 질' 고려해야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한 해법이 논의됐다. 금융·의료·복지 전문가들이 모여 노후를 대비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적 방향을 모색했다.
10일 고려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 열린 '장수 경제 세미나'에서는 '제2의 인생과 커리어의 새로운 지도(New Map of Encore Life & Career)'를 주제로 국내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춘 노후 대책이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자산 관리 △뇌 건강 △일자리와 역할 등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노후 전략을 제시했다. 행사는 고려대학교 미래교육원이 주관하고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과 사단법인 50플러스 코리안이 후원했다.
먼저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가 '베이비붐 세대와 금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내 금융 시장이 자산 축적 중심에서 은퇴 후 소득 인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국민연금 적립금이 2040년 정점을 찍고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개인 금융자산을 효과적으로 인출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 시장은 축적과 인출이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야 함에도 인출 상품과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은퇴 후 인출 과정에서 △구매력 리스크(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가치 하락) △장수 리스크(예상보다 긴 수명으로 인한 자금 부족) △수익률 순서 리스크(은퇴 초기 시장 침체 시 자산 고갈 위험) 등 세 가지 주요 위험 요인을 꼽았다. 그는 “현재 한국 금융기관은 단순 정기 인출 방식만 제공하고 있어 은퇴자들에게 최적화된 금융 설계가 부족하다”며 “연금 채권 및 은퇴 소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박건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는 "예쁜 치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뇌 건강 상식 시리즈-우아한 노년'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국은 2030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로 예상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병든 채 오래 사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특히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가 아니라 생활 능력이 저하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며 “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우아한 노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그중 70%는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다. 최근 이러한 원인 치료에 가까운 신약 레카네맙이 등장했지만 1년에 3500만~4000만원이 드는 높은 비용과 보험 비적용 문제로 접근성이 제한된 상태다.
치매 예방의 핵심은 신체 활동이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운동이 심장병, 당뇨, 고혈압 등 치매를 유발하는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뇌 혈류와 뇌척수액 순환을 촉진해 신경세포 퇴화를 막는다”며 “꾸준한 운동과 함께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혼밥을 피하고 대화를 나누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약보다도 더한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복지 측면에서 노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한정란 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액티브 시니어의 일과 역량'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한 교수는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이미 20%를 넘었으며 2050년이면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퇴직 후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노인 일자리 정책이 소득 기준 중심으로 운영돼 고령층의 개인차와 경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서 운영하는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는 월 29만원으로 가장 낮은 급여를 지급하며,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형이나 선도 모델 일자리는 급여가 높지만 기간이 짧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고령층이 가진 경력과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발굴이 시급하다”며 “퇴직 후에도 본인의 경험을 사회에 기여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역할 중심의 일자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령화 정책이 단순한 생계 보장에서 개인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자산 관리, 건강 유지, 역할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은퇴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토론에서는 중산층 노인 주거 부족, 연금 개혁, 고령층 해외 재취업 등 실행 가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유진 아시아경제 기자는 “요양시설과 고급 실버타운 사이의 주거 대안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옥근 고령사회연구원 센터장은 해외 재취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은퇴자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주형 50플러스 코리안 이사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 변화의 핵심 축이 되고 있지만 정책 논의가 개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