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추진
지난해 7월 법안 발의, 6개월 지나도 '무소식'
전문가 “한국, 인구위기 골든타임 놓칠 수도"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요즘 하루가 불안하다. 매년 원아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입학 대기자가 길었지만, 올해는 원아 모집이 쉽지 않다. "이러다 몇 년 후엔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이 없으니 장사도 안 되고, 지역 경제 전체가 위축되는 게 눈에 보여요."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 23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반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이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추진단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5개년(2026∼2030) 기본계획 수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기구 신설을 위해 필요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7월 11일 추경호 의원 등 108인은 저출생 및 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하는 기획 부처로서 인구전략기획부를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법안은 계류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여야 간 정쟁 등 현안으로 인해 인구위기 대응 컨트롤타워의 출범이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정책은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다. 출산·보육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일가정양립은 고용노동부, 청년·노년 정책은 각각 다른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효율적인 정책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기존의 경제기획원 모델을 기반으로, 인구정책의 기획·평가·예산 배분 및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출산 장려, 노인 복지, 노동력 확보, 이민 정책 등 인구 전반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핵심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과 사회부총리 역할 변경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 직위를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던 인구 관련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기능을 인구전략기획부로 이관해 실질적인 정책 조정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각 부처의 인구위기 대응 정책을 조율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예산 배분·조정 기능도 강화된다.
하지만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법안 계류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저출생·고령화에 대한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전략기획부가 하루라도 빨리 출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문 국무1차장은 최근 관계부처 회의에서 "지난달 65세 이상 비중이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며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속도는 전례 없는 수준이며 지금 당장 전담 부처를 출범시켜도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논의가 지연될 경우 2026년부터 적용될 5개년(2026~2030) 인구정책 기본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추진단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정부조직법 통과에 대비해 인구부 설립을 차질없이 준비하는 한편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