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은 '아웃'"
초고령화 시대,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급부상

시니어 모델들의 당당한 워킹 /연합뉴스
시니어 모델들의 당당한 워킹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프리미엄 헬스케어 센터. 이곳에는 아침부터 운동하러 온 60대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 한 회원은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건강을 챙기러 왔다. 이제는 건강이 곧 자산”이라고 했다. 같은 시간,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서도 50~70대 고객들이 최신 패션 아이템을 살펴보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단순한 ‘노년층’이 아니라, 소비 시장의 주도권을 쥔 GG(Grand Generation)세대라는 점이다.

최근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경제력을 갖춘 ‘큰손’ GG세대(55~74세)가 소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은 이제 outdated(구식)가 됐다. 기업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GG 마켓 공략 보고서’는 GG세대가 가진 소비 특성을 분석하고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된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GG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공략 방안을 살펴본다.

1. ‘나는 시니어가 아니다’···나이보다 젊게 사는 GG세대

GG세대는 ‘감성 나이(Mind-aging)’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자신을 전통적인 ‘노년층’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생물학적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게 살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GG세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신체 나이보다 감성 나이를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GG세대를 겨냥한 제품들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디스 아이웨어(Caddis Eyewear)다. 이 브랜드는 돋보기안경을 ‘노인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스타일을 강조한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하며 GG세대의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 "건강이 곧 자산"···노화 관리에 아낌없이 투자

GG세대는 ‘일상 속 노화 관리(Pro-aging)’에 익숙한 세대다. 단순히 노화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건강하고 젊게 나이 들기 위한 ‘적극적인 자기관리’에 투자한다. 이로 인해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 이너뷰티(Inner Beauty) 제품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이너뷰티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GG세대를 겨냥한 케어푸드(Care Food)와 맞춤형 식단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프리미엄 건강식품, 기능성 화장품, 노화 관리 설루션 등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GG마켓 7대 공략 방안 /대한상의
GG마켓 7대 공략 방안 /대한상의

3. ‘디지털 문맹’은 옛말···‘실버 서퍼’ GG의 IT 활용도 증가

GG세대는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보고서는 이들을 ‘디지털 서퍼(Digital-surfer)’로 정의했다. GG세대의 디지털 수용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GG세대의 유튜브, SNS 사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스마트폰 금융 서비스 활용도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GG세대를 위한 맞춤형 IT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 음성 인식 기반 스마트 홈 서비스, GG 맞춤형 핀테크 설루션 등이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4. “가격보다 가치” GG는 프리미엄 소비를 원한다

GG세대는 ‘가성비’보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보고서에서 언급한 ‘가치 중심 소비(Value-driven)’ 트렌드와 맞물린다. 이들은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치를 더해주는 고품질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특히 여행, 레저, 문화 체험 등 새로운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GG세대가 증가하면서 고급 여행 패키지, 프리미엄 레스토랑, 럭셔리 브랜드의 GG 맞춤형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5.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GG세대의 자립적 소비 트렌드

과거에는 노년층이 가족의 부양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GG세대는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는(Self-aging) 소비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개인 맞춤형 케어 구독 서비스, 가사 및 쇼핑 대행 서비스, 노후 대비 자산 관리 설루션 등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GG세대를 위한 맞춤형 가사 도우미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GG 맞춤형 주거·헬스케어 서비스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6. ‘함께 배우고 즐긴다’···GG세대의 커뮤니티 소비

GG세대는 단순한 개별 소비자가 아니다. 보고서는 이들이 '사회적 나이 듦(Social-aging)’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분석했다. 즉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함께 배우고 어울리는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GG세대를 위한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골프·요가·그림 등 취미활동 커뮤니티를 지원하거나, GG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이 MZ에서 GG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이제 기업들이 MZ세대 중심의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GG세대의 소비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1인 가구가 일반화되는 GG세대는 향후 30년 동안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기업들은 고령 소비자를 돌봄의 대상이라는 큰 묶음으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소득과 니즈가 다양한 마이크로 시장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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