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 속 기업 달러 비축
고환율 리스크 관리가 필수 과제
산업 전망 '맑음'과 '흐림' 엇갈려

트럼프 2기 출범에 국내 기업들이 달러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뉴욕 경제클럽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에 국내 기업들이 달러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뉴욕 경제클럽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과 대내외 환경의 변화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달러 자금을 대거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환율 기조 속에서 수출입 기업들이 예비 자금을 비축하며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13억 달러로 11월 말보다 28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10월(-51억 달러)과 11월(-5억4000만 달러) 두 달 연속 감소 이후 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 및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및 국내 진출 외국 기업의 외화예금을 포함한다. 주체별로는 기업 예금(잔액 871억2000만 달러)이 31억7000만 달러 증가했고 개인 예금(141억8000만 달러)은 3억 달러 감소했다.

통화별로는 미국 달러화(864억3000만 달러)가 38억 달러, 유로화(43억7000만 달러)가 2억3000만 달러 증가했으며 반대로 엔화(81억8000만 달러)는 11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 예금 증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수출입 기업의 예비용 자금 확보와 일부 기업의 매출 대금 일시 예치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달러 자금 비축과 환율 리스크 관리는 앞으로도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중요한 산업계 화두가 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조사한 '고환율 기조의 산업 영향' 기상도에 따르면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 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평가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 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 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 예금 비축을 늘리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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