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헬스케어 리츠, 동탄에서 시작된 주거 혁신
세대 공존형 복합단지, 새로운 주거 모델 제시

화성 동탄2 신도시 /연합뉴스
화성 동탄2 신도시 /연합뉴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클래식 음악회장. 은퇴를 앞둔 김영수 씨(58)와 그의 아내는 공연을 보며 다가올 새로운 삶을 논의했다. "여보, 아이들도 독립했고 우리 부부만의 새로운 생활 방식을 고민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김씨 부부는 최근 경기도 동탄에서 시작된 국내 최초 헬스케어 리츠(REITs) 사업 소식을 듣고 큰 관심을 보였다. "노후를 위한 주거 환경이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과 커뮤니티까지 포함한다니 기대가 되네요."

김씨 부부처럼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는 은퇴를 맞이하며 새로운 형태의 주거 모델을 찾고 있다. 은퇴 이후의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망을 고민하는 이 세대가 국내 첫 헬스케어 리츠 프로젝트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화성시 동탄, 교통의 요지로 꼽히는 이곳에 노인복지 주택과 의료시설이 결합한 복합단지가 들어선다. 엠디엠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엠디엠리츠)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약 18만6487㎡(약 5만6412평) 부지에 3990억원을 투입해 노인복지 주택, 오피스텔, 의료시설, 시니어케어센터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계약금 지급을 시작으로 2026년 말까지 잔금을 완납하고, 3년 내 착공해 5년 내 준공을 목표로 한다.

헬스케어 리츠 모델은 다수의 투자자 자금을 모아 노인복지 주택과 의료시설을 개발·운영하며 배당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 이미 활성화된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시장 규모가 약 125조원에 달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헬스케어리츠 공모 지침서를 보면 엠디엠리츠(민간사업자)는 토지 매매계약 체결 후 3년 이내에 착공해야 한다. 착공 후 5년 이내에 모든 계획 건축물을 준공해야 한다. 이 기간을 적용하면 오는 2027년 12월 19일 이전까지 착공하고 2032년 이내 준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LH는 공사가 준공된 후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서 이행 여부에 대해 별도의 지침에 따라 평가를 수행한다. 이 평가 결과는 LH에서 시행한 타 공모 사업 평가에 가·감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동탄 프로젝트는 정부의 실버타운 규제 완화 속에서 탄생했다. 올해 1월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3%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가 됐다. 고령자 주거 문제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대비해 정부는 실버타운 분양을 재허용하고, 지방세 감면과 인허가 기간 단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민간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2024년부터 본격적인 법정 은퇴 연령에 도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세대로 꼽힌다. 이들의 은퇴는 경제 성장률과 소비, 노동시장 등 다방면에 걸쳐 큰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약 705만명,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는 약 954만명이다. 

통계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는 앞선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건강과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취미와 여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내외 여행과 문화 활동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영화·음악회 관람 횟수와 여행 빈도는 코로나19 이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현성 부동산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헬스케어 리츠는 단순히 주거를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령화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헬스케어 리츠는 한국형 노인 주거 모델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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