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AI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개발 성공한 다니엘·조셉 안 형제
피노 베이트서 '베스트 쇼' 수상
일반인까지 보호하는 시나리오로
"SVB 사태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의 파산은 미국 금융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기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줄로 기능하던 SVB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 손실과 뱅크런(bank run)의 가속화로 단 이틀 만에 붕괴했다. 이는 미국 은행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뱅크런으로 기록됐다.
2024년, 인공지능(AI)이 삶과 산업 전반에 깊이 스며든 시대. 만약 재정을 관리하고 다양한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분석해 붕괴를 방지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있었다면 SVB의 파산을 막을 수 있었을까?

한인 2세인 다니엘 안과 조셉 안 형제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각각 경제학과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델파이(Delfi)를 설립했다. 창업 22개월 만에 이들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세계적인 핀테크 경연 행사 2024년 피노 베이트(Finovate Fall)에서 자사의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SVB 붕괴를 방지할 수 있었던 시뮬레이션을 시연하며 베스트 쇼 상을 받았다.
여성경제신문은 세계 최초 AI 금융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두 형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 형제는 "델파이의 성공에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케이트 안(Kate Ahn)에게서 받은 영감과 가르침이 큰 역할을 했다"며 65개 경쟁사를 제치고 베스트 쇼 상을 받은 비결을 설명했다.
―한인 2세로서 창업 22개월 만에 핀테크 업계에 큰 획을 그은 점이 인상적이다. 우선 델파이란 회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델파이는 세계 최초의 AI 기반 금융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ALCO(자산 부채위원회)가 일상 업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설루션이다. 사용자는 원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KPI와 수익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대시보드를 통해 리스크 프로파일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AI 기반 예측 분석을 통해 상세한 보고서를 제공하며 '가정적 시나리오(What-if scenarios)' 분석 기능으로 현금 및 예산 계획을 최적화하고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한다.
델파이의 기술은 은행과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리스크를 예측하고 최적의 헤징 전략을 제안한다. 고가의 컨설턴트나 전문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아도 효율적이고 신속한 리스크 관리 설루션을 제공하며 금융 불안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 피노 베이트에서 베스트 쇼 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 소감과 델파이의 비전이 이 상에 갖는 의미를 공유해 달라.
"베스트 쇼 상을 받게 되어 큰 영광이며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핀테크 업계의 오래된 기업들이 선보인 시연도 뛰어났기에 델파이에 이 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발표 이후 AI 기술을 활용해 은행의 대차대조표 관리를 다룬 접근 방식에 대해 흥미롭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델파이의 기술이 필요한 곳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델파이의 AI 시스템은 실리콘밸리 은행 붕괴를 막을 수 있었음을 시연하며 주목받았다. 이 기술이 다른 금융 기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기존 해결책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금리 변동성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은 고액을 들여 은행 컨설턴트를 고용해 맞춤형 금융 헤지 설루션을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이 업계 리더들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분석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며 분석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폭이 제한적이다.
델파이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도입했다. 다니엘 안의 박사 논문을 기반으로 훈련된 델파이의 AI 시스템은 고액의 비용 없이도 더 빠르고 저렴하며 다양한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분석할 수 있는 설루션을 제공한다."
안 형제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델파이를 통해 자본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 위기를 예방하겠다는 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외할아버지인 차균희 전 농림부 장관의 삶에서 깊은 영감을 받고 개발한 것이 델파이라고 설명했다.
차 전 장관은 한국 경제기획원 차관과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며 한국 경제 발전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한국이 전자산업, K-팝, 조선업 등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갖추기 훨씬 이전, 그는 안정적인 식량 가격이 경제 발전의 근간임을 강조했다.
"쌀과 같은 기본 물가의 안정이 강력한 경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할아버지의 신념이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투자자를 보호하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으로 이어졌다."
어머니 차임경 씨의 교육 방법 역시 안 형제가 경제학의 기초와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할아버지 세대가 뿌린 씨앗이 델파이란 열매를 만들어냈듯 어머니로부터 배운 공부하는 방법을 책으로 출간해 후배들에게 전수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후배들이 공부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을 출간하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어머니는 지식이 현대 사회의 기반이며 교육이 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이에 자녀 교육서, 산수책, 영어책, 공학책 등 여러 책을 집필하셨고 이를 종합한 책을 출간해 독자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학습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시대에서 역할을 깨닫는 동시에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키워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 앞으로 델파이는 초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안정성과 품질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은행의 신뢰성을 높이고 지역사회가 자본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다양한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해 외환, 주식, 석유 등 모든 유형의 헤징 설루션을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AI 기업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제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한 델파이의 접근 방식이 장기적인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안 형제의 델파이 FinovateFall 2024 시연 영상. /Finovate 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