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FDA 허가 바이오시밀러, 61종 중 14종
AI, 정부 규제 최소화·기업 주도 자율 규제
K-방산, 개도국 중심 수출 기회 다변화
석유화학 유가 안정화 "내년이 골든타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경제와 통상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한국 산업계의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어서 수혜 업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삼일회계법인의 '2025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산업계는 누적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규제 완화 정책이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시기'를 예고하며 헬스케어·IT(AI)·방산·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은 트럼프 2기에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확대하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식품의약청(FDA)이 허가한 바이오시밀러 61종 중 14종이 한국에서 개발됐으며 셀트리온이 5종, 삼성바이오에피스가 8종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로 FDA 허가를 받아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바이오 보안법'이 통과되면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바이오, 유한양행 등 국내 기업들은 CDMO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보통신(AI) 분야도 수혜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AI 기술 투자 활성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AI 안전성 강화와 개인정보 보호 등을 담은 AI 행정명령을 시행해 왔으나 트럼프는 이를 '혁신 저해'와 '급진적 좌파 이념 강요'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새 행정부는 AI 개발에 대한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 주도의 자율 규제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AI 반도체 및 데이터 처리 기술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 산업은 군비 증강 기조와 글로벌 안보 불안이 맞물리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무역 장벽을 강화하면 유럽 등 주요국도 유사한 정책을 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 업체들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변화해 수출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은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산업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 석유 수출 증가로 원자재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셰일 오일 증산 방침이 현실화하면 유가 안정화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도입 비용이 절감돼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
셰일 오일 증산 방침은 미국이 에너지 자립과 수출 확대를 목표로 원유 생산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이익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업계의 관측도 있다. 2026년부터 대규모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자동차·친환경 에너지·이차전지 분야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10~20% 보편 관세(중국은 60%) 방침이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각국이 보복 대응할 경우 전반적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