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결혼율, 비혼주의 확산
'불혼주의'…중국 결혼 문화 위기
중국 정부 대책은 실효성 의문

최근 중국의 결혼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남성이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예물 비용인 '차이리(彩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이리는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신붓값(결혼 지참금)을 지불하는 중국의 전통 결혼 풍습이다. 한국의 혼수와 유사한 개념으로 평균 지급 금액은 15만~30만 위안(한화 약 3000만원~4000만원) 수준에 달한다.
중국통계국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약 6000위안(약 100만원)으로 차이리 금액은 소득 대비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여성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국에서는 신부 측이 금, 집, 차 등 고액을 요구하는 사례도 흔하다.
과도한 결혼 비용과 차이리 부담은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혼주의(不婚主义)'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는 결혼을 포기하거나 파혼으로 이어지는 사례에서 비롯된 용어로 결혼 비용이 큰 부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높은 청년 실업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청년 실업률은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9월에도 17.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1월 민법전 제1042조를 개정해 '혼인을 통해 재산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차이리를 명확히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결혼 예물 문제로 파혼과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허 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연인 곽 씨와 작년 초 약혼식을 올리고 동거를 시작했다. 연애 기간 곽 씨와 가족에게 애정의 표시로 8만 위안(약 1500만원)을 송금했지만 감정 불화로 파혼에 이르렀다.
허 씨는 비용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동생활 여부와 현지 관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곽 씨가 예물 1만 위안을 반환하도록 판결했으며 나머지 청구는 기각됐다.
올해 2월 중국 정부는 '예물 분쟁 사건 심리에 관한 적용 규정'을 제정했다. 사법 해석에 따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혼인신고를 했지만 동거하지 않은 경우 △지급 금액이 지급자의 생활에 심각한 빈곤을 초래한 경우 등 일정 조건에 해당하면 법적으로 예물을 반환받을 수 있다.
연애 중 제공된 선물이나 금전적 지원에 대한 기준도 마련됐다. 연애 증여는 애정 표현이나 감정 증진을 위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재화 교환을 말하며 △명절이나 생일에 제공된 선물 △일상적인 소비 지출 △가치가 크지 않은 재산 등은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도우인(抖音, 중국판 틱톡)'에서 차이리 문제를 풍자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좋아요' 2만 개를 넘긴 한 영상은 여성이 28만 위안의 예물을 요구하자 남성이 16위안을 내며 집과 결혼 비용을 전담하겠다고 맞서다 파혼에 이르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차이리는 불합리한 관습으로 남성이 과도한 금액을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결혼을 포기하고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이리는 신부와 가족에 대한 존중이자 전통"이라며 "결혼이라는 평생의 약속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는 차이리와 같은 과도한 결혼 비용 관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나치게 높은 결혼 비용과 같은 경제적 부담이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와 비혼주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사회적 압력과 경제적 요인이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고 결혼에서 허례의식과 과시 문화가 지속되면 젊은 세대는 점점 더 결혼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결혼 비용과 관련된 제도적 개선과 문화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