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깨고 마통 개설해 투자처 모색
미국 주식보관금액 역대 최고액 경신
과도한 낙관론 경계하고 리스크 봐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11일엔 1035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11일엔 1035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은행 예금에 묶인 돈이 투자 자산으로 이동하는 등 자금 흐름 방향에 변화가 생겼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적금을 해약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587조6455억원으로 10월말 (597조7543억원)보다 1.7% 줄었다. 10영업일 만에 10조원 넘게 급감한 것이다. 요구불예금이란 예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예금자가 수시로 지급받을 수 있는 돈으로 정기예금과는 달리 이자율이 낮고 유동적이다. 

5대 은행의 적금 잔액도 지난 10월말 38조9176억원에서 이달 14일 38조1305억원으로 2.0% 줄었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적금 평균금리가 연 3%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총 38조8657억원에서 39조6179억원으로 1.9% 늘어 ‘빚투’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간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 일시 증감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적금과 마이너스 통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국내가 아닌 미국 주식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 14일 기준 1000억79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미 대선 직후인 지난 7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11일엔 1035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투자자 예탁금 변동성도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0월 31일 50조5866억원에서 이달 6일 49조8900억원으로 줄었다가 14일 52조9552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업계에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진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달 12일 기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는 나란히 최고가를 새로 썼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연일 이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외환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가 꾸준히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내 증시가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하고 리스크를 잘 판단해야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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