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탈사 가계대출 9000억원 폭증
높은 은행 대출 문턱에 2금융권 눈 돌려
"취약계층 불법사금융 내몰릴 가능성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이 '급전 창구'를 찾아 나섰다. 예적금 담보대출 잔액은 6조원을 넘어섰고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등도 1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적금 담보대출(청약 포함)의 잔액은 6조원을 넘어섰다. 스트레스DSR 1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축소되자 DSR 적용을 받지 않는 예담대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예담대는 청약 통장 등 은행에 맡긴 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예치한 자금의 95%를 빌릴 수 있고 가입한 수신 상품 금리에 1%포인트 가량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가 정해진다.
카드·캐피탈사의 가계대출도 지난 10월 기준 9000억원 넘게 늘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4000억원 늘었다. 보험 가입자가 해지 환급금 범위에서 대출을 받는 상품인 보험약관대출도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2금융권의 신용·카드·약관 등 기타대출이 1조5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은 지난 2021년 7월(3조3000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2금융권에서 공급된 신용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인 데다 경기 악화로 자금 마련이 절실해진 서민·취약계층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대출 적정 규모가 넘어선 것으로 보고 속도 조절을 위해 카드·캐피탈사를 위주로 11월과 12월에 대출 목표치를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 일각에선 가계대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가계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출 이자 등 고정비가 늘어나게 되면 민간 소비 부진이 불가피해져 대출 부실 발생 가능성이 있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관련해서도 가계대출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계대출 규제에 대한 방법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갑작스럽게 대출이 늘어나면 총량 규제 위주로 해서 지원을 끊는 등 불확실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총량 규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거시건전성 정책에 기반해서 규제하는 게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2금융권 및 대부업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성목 전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사채 수요를 조사해 보면 2000년대와는 다르게 지금은 생계형이 많다. 지금 상황과 단절시켜서 바라볼 수 없다"며 "카드론·보험대출 등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해 돈을 당겨쓰는 건데 불법 사업량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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