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기운과 만난 작은 카페
활기 불어넣은 ‘도깨비’ 기 치유
"좋은 기 나누며 동네도 살고 나도 행복해졌죠"

원주 치악산 '명경사'에서 자연치유센터 '빛채움'을 연 김문주 씨. 원주 중앙동에 새로 문을 연 김씨의 작은 카페 '도깨비'의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다. /김현우 기자
원주 치악산 '명경사'에서 자연치유센터 '빛채움'을 연 김문주 씨. 원주 중앙동에 새로 문을 연 김씨의 작은 카페 '도깨비'의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다. /김현우 기자

도깨비가 원주 중앙동에 나타났다. 치악산 명경사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착착’ 소리를 내며 큼직한 부채를 펼치자 기가 사방에 퍼진다. "도깨비야, 사람 사는 마을엔 왜 내려왔니?" 사람들이 물었다.

"사찰의 기를 카페와 연결했죠. 혼자만 좋은 기운을 받으면 뭐 하나 싶었어요. 죽어가는 지방 소도시를 살린 기분이에요. 음의 기운이 가득했던 거리가 이제 축제의 장이 됐죠." 원주 도심에 카페를 연 도깨비가 말했다.

27일 여성경제신문이 원주에 위치한 작은 카페를 찾았다. 커다란 신선 그림,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큼지막한 돌, 문을 열자 주인장보다 먼저 손님을 반기는 거북이까지, 평범한 카페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문주 씨가 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도깨비' 자연치유 상담소. 신선 그림이 걸려있다. /김현우 기자
김문주 씨가 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도깨비' 자연치유 상담소. 신선 그림이 걸려있다. /김현우 기자

이곳을 '도깨비 카페'라고 이름 붙인 주인장 김문주 자연치유센터 빛채움 대표는 기(氣)를 치료하는 이른바 기 전문가다. 그는 "수년간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지내다 병을 앓게 됐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기 치료를 시작했고 천신만고 끝에 병이 나았다. 정신도 맑아졌다"며 기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어린 시절 병을 앓던 김 대표는 기 치료를 통해 자연 치유를 경험하고 원주 명경사 터에 자리를 잡아 기 치유에 전념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햇빛을 볼 일이 없다"며 "피부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에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쓰고 하루 종일 꽉 막힌 공간에 갇혀 있다. 바쁜 현실을 잠시 뒤로하고,\ 자연이 주는 초록의 싱그러움과 햇볕을 쬐며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문주 씨가 운영하는 카페와 상담소에 놓여 있는 기도하는 공간. 기도가 통하면 앞에 놓인 돌이 들리고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돌이 들리지 않는다고. /김현우 기자
김문주 씨가 운영하는 카페와 상담소에 놓여 있는 기도하는 공간. 기도가 통하면 앞에 놓인 돌이 들리고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돌이 들리지 않는다고. /김현우 기자

이어 "사람들은 몸에 있는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채우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아프거나 일이 잘 안되고 잠이 안 오거나 짜증이 나며 불안해지기도 한다. 결국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된다. 빛채움은 전구에 전기를 꽂아 불을 밝히듯 긍정적 에너지를 채워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최근 김 대표는 원주 중앙동에 작은 무인 카페와 상담소 '도깨비'를 열었다. 그는 "지방 소도시 대부분이 그렇듯 이곳도 죽어가는 터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강한 음의 기운을 느꼈다. 명경사의 기운과 이곳 터를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페와 상담소 곳곳엔 사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과 큼직하게 걸린 신선 그림도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치악산과 백운산이 맞닿은 명경사는 천혜의 경관 속에 둘러싸여 마치 어머니 뱃속처럼 편안한 곳이다. 치유의 땅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명경사의 기운과 이곳 중앙동을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원주 명경사에 걸려 있던 신선 그림 /김현우 기자
원주 명경사에 걸려 있던 신선 그림 /김현우 기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원주시가 만두 축제와 치킨 축제 같은 다양한 행사를 이곳 도깨비 터에서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원주시는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도깨비 카페가 있는 원주 중앙동에서 만두 축제를 개최했다. 김 대표는 "좋은 기를 함께 나누며 동네도 살리고 내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김문주 씨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결국 사는 건 기운의 흐름이에요. 좋은 기운을 가둬두지 않고 흘려보내면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다시 돌아오죠. 나 혼자만 잘 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동네가 살아야 나도 행복해지니까요. 사람들은 점점 기운을 잊고 살지만, 그걸 되찾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김문주 씨가 운영하는 '도깨비' 카페가 위치한 원주 중앙동. 이달 25~27일 원주만두축제가 열렸다. /김현우 기자
김문주 씨가 운영하는 '도깨비' 카페가 위치한 원주 중앙동. 이달 25~27일 원주만두축제가 열렸다. /김현우 기자

도깨비 카페가 자리한 원주 중앙동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만두 축제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새롭게 열린 치킨 축제의 활기 속에서 어둡고 정적이던 거리는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김 대표는 "내가 받은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곳에 온 사람들도 기운을 받아 가고, 돌아가서 자기 자리에서 또 흘려보냈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의 기운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주 명경사 자연치유센터 빛채움 대표 김문주 씨 /김현우 기자
원주 명경사 자연치유센터 빛채움 대표 김문주 씨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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