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전문가가 정부 개혁안을 보는 시각
기금 소진 빨라 추가 재원 필요성 공감
자동조정장치 대해선 찬반 극명히 갈려

국민연금 개혁이 사적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금의 소진 시점이 빨라지고 기초연금 재정부담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 사적연금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보험연구원·국민연금연구원·한국연금학회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정부연금개혁안 평가와 다층노후소득보장'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연금개혁안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할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고 기초연금의 재정적 한계가 명확해졌다"며 추가적인 노후재원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소진 시점이 2060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지고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도 급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강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적연금의 가입률과 수익률이 저조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미흡하다"며 "퇴직연금의 가입부터 수급 단계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일원화하고 중도인출 및 중도해지를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금융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연금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컨트롤타워의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도록 해 적어도 물가가 오른 만큼은 연금액도 따라 오른다.
반면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연금액·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적용하면 인상률 하한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 가치로 따지면 낸 돈보다도 못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 안전성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세대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첫번째 주체 발제를 맡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개혁안 자체는 적절하다고 보지만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 정책위원장은 "보험률 13%, 소득대체율 42% 방안은 연금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 보장성을 확보하는 모수개혁안으로 적절하다고 본다"면서도 "자동조정장치는 지금 단계에선 논의 의제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종 보험료율 목표(예를 들어 15%)나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을 감안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대 간 연대의 개념을 확장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존속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국민 신뢰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회보험 이외의 제도로 변경은 불가역적이라 생각한다"며 "사회보험제도의 유지케 하는 재정안정화를 통해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고 했다.
패널 토론에선 연금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박정우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정부는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노후 빈곤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뿐 아니라, 청년 불신을 어떻게 완화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하게 갖고 있다"면서 "보험료 차등 인상도 세대 간 연대 원리를 조화롭게 적용할 방안을 고민한 결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