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산운용 수익에 부정적 영향
K-ICS 권고치 미만 손보·'턱걸이' 생명
듀레이션 갭 축소만으로는 대응 부족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의 재정건전성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하나금융그룹의 보험사 두 곳은 1분기 기준 금융 당국의 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권고치를 넘지 못하거나 아슬아슬하게 맞춘 만큼 채권선도 등을 통해 건전성 제고에 나섰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자 한국은행도 다가오는 10월 또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망이 우세해졌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1년 후 서울의 집값이 0.83%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분석하며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지만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데다 미국의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돼 금리 인하를 심도 있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는 보험사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보험사는 고객이 내는 보험료를 투자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도 줄어든다.
금리 인하는 이자율을 떨어트려 부채의 현재 가치를 올리는데 미래 지급 의무를 지는 보험사 입장에서 이는 부담감을 키우는 요소다.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보험사들은 재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법에서는 K-ICS 비율을 최소 100%로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금융 당국은 150%를 권고하고 있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자본'을 자산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포함하는 '위험 부담량'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사의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K-ICS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등 미래 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고 본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생보사는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씩 K-ICS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의 두 보험사는 모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K-ICS 비율 인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1분기 기준 하나손보의 K-ICS 비율은 129.3%로 당국의 권고치에 미치지 못했다. 하나생명은 154.7%로 권고치를 간신히 넘겼으나 기준금리가 떨어질 경우 권고치를 밑돌게 될 확률이 높다.
두 보험사는 앞서 건전성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만큼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하나금융은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생명과 하나손보 각각에 2000억, 1000억원을 지원했다.
향후 재정건전성 관리에 관해 하나손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채권선도 등을 활용한 듀레이션 갭 관리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듀레이션이란 보험사가 특정 기간 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나 기타 의무의 현재 가치를 반영한 가중평균 만기를 뜻한다.
하지만 듀레이션 갭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금리 인하 위험에 대비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단지 듀레이션 매칭만으로는 금리위험을 감소시킬 수 없다"면서 "K-ICS 시행으로 활용가능한 자본관리방안이 확대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