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수요 급증에도 여전한 '공급 부족'
비싼 비용·긴 대기, 고령자들 선택의 여지 없어
초호화 인프라에도 실질적 이용률 낮아 개선 필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복지주택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실버타운 설립 규제 완화와 함께 분양형 실버타운 도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실버타운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설립·운영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과 지방 간의 공급 불균형과 실질적인 운영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인주거복지시설을 이용 중인 노인은 약 1만9369명이며 시설은 전국 297개다. 이 중 노인복지주택으로 분류되는 시설은 전국에 40곳에 불과하며 입소 정원은 약 9006명에 그친다. 그마저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28개소가 집중됐지만 지방에는 극히 일부의 시설만이 산재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자 측면에서 실버타운의 공급이 부족한 이유로 노인주거복지시설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버타운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의료 및 생활 지원 인프라가 결합한 복합시설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관리와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적인 요구사항을 충족할 만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운영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
부동산 개발 전문가인 이성준 박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실버타운은 일반적인 주거시설과 달리 입주자의 특수한 필요를 반영해야 한다"며 "노인 복지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부족한 공급자가 많아 초기 투자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도 공급 부족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비용과 길어진 대기 시간이다.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가의 입주 비용이 요구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노인복지시설과는 차별화된 생활 수준과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고령자가 이러한 높은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실질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이미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기 명단이 길어 원하는 시기에 입주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지영 한국노인복지연구소 소장은 "많은 고령자들이 '막상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입소 정원이 한정돼 있어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고령자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실버타운이 초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어르신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많은 실버타운이 입주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 체육시설, 의료시설 등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주거 기능과 기본적인 생활 지원에 집중돼 있는 것. 초호화 인프라에 대한 비용은 불필요하게 커지는 반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장수현 강남대 교수는 "노인복지시설의 인프라가 아무리 잘 구축돼 있어도 정작 입주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집과 같은 편안함과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라며 "그러나 현재 많은 실버타운이 이를 간과하고 초호화 시설만을 강조하고 있어 비용 대비 실질적인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