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위댄스] (59)
둘 다 원래는 귀족 스포츠
음지에서 양지로 환골탈태
현재는 국민스포츠로 발전
오늘날 천만 국민스포츠로 등극한 당구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역시 그만한 저변 인구를 가진 댄스와 비슷한 역사와 배경을 거쳤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댄스는 원래 이탈리아의 매치니 가의 딸이 프랑스 왕가와 결혼하면서 활발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유럽의 왕실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귀족적인 분위기의 예술이다.

당구도 태생이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성행한 유럽의 귀족 스포츠였다. 1930년대부터 이미 세계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 당구가 처음 도입된 것은 고종 황제 무렵으로 고종과 순종 황제가 궁전에서 당구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댄스나 당구 모두 귀족이 즐기던 분야였다.
그러나 댄스나 당구 모두 우리나라로의 유입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로 오랫동안 질곡의 역사를 밟은 것도 비슷하다.
당구장은 불량한 성인들의 집합 장소로 담배 연기 자욱하고 당구 본연의 목적보다 도박까지 성행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이런 불량한 사람들에게 오염된다며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금지했었다.

당구장을 공중위생법에서 유기장업으로 분류하여 규제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당구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1989년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당구장도 체육시설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18세 미만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건은 유지되었다. 당구장이 여전히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교육환경 보호법으로 학교 앞 200m까지는 노래방, 무도장과 함께 당구장도 설치를 금지했다.
당구계 원로들의 노력으로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1993년 만장일치로 이 조건도 삭제되었다. 그래서 청소년의 당구장 출입은 물론 학교에서도 당구를 가르치는 학교가 생겨났다. 당구장은 이때부터 흡연실을 따로 만들어 청소년들을 담배 연기로부터 차단하는 조처를 취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국의 당구장 수는 5만2000여 곳이 등록되어 있다. 전국 어디를 가나 동네마다 당구장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동호인 수가 1천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전 세계에 이런 인프라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당구가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당구장 내에서 흡연은 흡연실로 한정하고 소란스럽던 분위기도 금지하며 고급 당구장도 생기기 시작했다. 국제식 당구대를 설치하고 출입하는 손님들도 매너 있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당구 경기가 TV에서 중계되는 시대를 맞아 정장 조끼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선수들이 출전했다. 댄스대회에서 모던댄스 선수들이 나비넥타이에 연미복을 입고 출전하는 것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당구나 댄스나 모두 매너가 중시되는 스포츠이다.
당구 종목은 대한체육회 정식 종목이기도 하고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댄스스포츠와 비슷한 과정이다. 댄스스포츠도 대한체육회 정식 종목이 되면서 엘리트 체육으로 유소년부터 참여하기 시작하여 전국체전은 물론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까지 올라갔다.
당구는 이제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지금은 유명 당구 선수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 당구 선수라면 당당히 생업으로도 내세울 만한 신종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댄스스포츠는 아직 완전히 환골탈태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많이 인식이 달라졌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지자체별로 해석과 운용이 달라 법적으로 건축법, 청소년 보호법, 학원법 등 걸리는 법 조항이 많아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골치 아플 수 있다. 그래서 아직은 간판을 에어로빅이나 연수원 등으로 표기하며 편법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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