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 청년 지원 격차 있어
시설 간 주관 부처 제각각
정책 조정‧총괄 기능 필요

청소년복지시설에 머무는 가정 밖 청소년이 자립 지원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자립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복지시설에 머무는 가정 밖 청소년이 자립 지원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자립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복지시설에 머무는 가정 밖 청소년이 자립 지원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자립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자립 지원 조건이 아동복지법상 자립준비청년에 비해 까다로워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간 퇴소 청년 지원에 대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정책 조정‧총괄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 시설퇴소청년의 생활 실태 및 정책개발’에 따르면 시설퇴소 자립준비청년을 △아동복지법상 아동양육시설의 보호종료(자립준비)청년 △청소년복지 지원법상 자립지원 대상 청년 △소년법상 소년보호시설 출원 후 자립지원이 필요한 청년 등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퇴소한 시설들이 유형별로 각기 다른 법률을 적용받고 있으며 각 법률에 명시된 지원 내용‧체계 역시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지원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시설퇴소청년 중 가장 큰 집단은 과거 ‘보호종료아동’이라 불리던 ‘자립준비청년’으로 아동복지법상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하다 보호조치가 종료된 후 5년 이내의 기간에 속한 청년들을 의미한다.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취약성을 가져 공공 지원이 필요하지만 자립준비청년 범주에서 제외된 청년 집단 중 하나로 여성가족부(여가부) 산하 청소년 보호 체계 안에서 지원을 받아온 청년들이 꼽힌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르면 여가부 관할 청소년복지시설에는 △청소년쉼터 △청소년자립지원관 △청소년치료재활센터 △청소년회복지원시설 등이 있다. 청소년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이 가정‧학교‧사회로 복귀해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상담‧주거‧학업‧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청소년자립지원관은 일정 기간 청소년쉼터 또는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가정‧학교‧사회로 복귀해 생활할 수 없는 청소년에게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시설이다.

가정 밖 청소년은 아동복지법상의 자립준비청년과 동일한 수준의 자립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위기·아동 청소년 자립지원의 사각지대와 정책 과제'에 따르면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보호종료 자립준비청년은 대부분 자립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은 극히 일부만 자립지원관을 통한 사례 관리, 자립지원수당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영역별 자립지원 정책 현황에 따르면 시설퇴소청년 중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자립정착금 1000만원, 자립수당 최대 5년까지 월 40만원이다. 시설 생활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저소득 및 취약계층에 해당하면 청년지원제도 이용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호종료아동은 대부분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하면서부터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의 경우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청소년쉼터 퇴소자 중 자격요건을 갖추면 자립지원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자립 수당 단가가 인상하고 지원 기간도 확대됐다. 2년 이상(직전 6개월) 보호, 월 40만원으로 늘어났으며 대상자도 2022년 97명에서 2023년 11월 기준 167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 입퇴소자 수 /여성가족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 입퇴소자 수 /여성가족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다만 연간 쉼터 퇴소 인원을 고려한다면 수급 인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청소년자립지원관 퇴소 청년은 수급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2023 여가부 ‘청소년쉼터 및 청소년자립지원관 입 퇴소자 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퇴소 순인원은 △청소년쉼터 단기 994명 △청소년쉼터 중장기 163명 △청소년자립지원관 515명 등 합계 1672명이다.

수급 인원이 미미한 것은 많은 쉼터 이용자가 총 2년 이상 쉼터 거주 및 퇴소 직전 한 시설에서 6개월 연속 거주하는 경우만 해당하는 자립 수당 수급 요건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아동권리보장원장)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자립 수당은 책정된 예산에 맞춰 지급하다 보니 (수급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게 돼 있다. 아동복지시설이나 가정위탁센터 등에서 퇴소한 청년들은 대부분 혜택을 보는 편이다. 최소 2년 이상 거주와 같은 조건은 청소년복지시설의 경우 단기 시설이 많아 조건에 해당하는 대상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지원 또한 시설별로 상이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양육시설이나 청소년쉼터 퇴소 청년들은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공공임대주택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청소년쉼터 퇴소 청년의 경우는 자립지원 수당과 마찬가지로 쉼터 이용 기간이 2년 이상이거나 퇴소 후 5년 이상 무주택자인 것을 증명해야 하므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게 아동양육시설 퇴소 청년만큼 용이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시설을 퇴소한 아동‧청소년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통합사례 관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아동복지시설이든 청소년복지시설이든 입 퇴소 청년들 모두 상황은 똑같을 수 있다. 비슷하게 지원하는 게 필요한데 시설마다 주관 부처가 나뉘어져 있다 보니 잘 안되는 실정이다. 아동‧청소년을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자립 지원 대상의 성격은 비슷한데 지원 내용은 상당히 다른 사례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소한 상황이 유사한 대상에게는 그에 맞는 동일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어떤 식으로든 (정책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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