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은 3.5%↑, 이용료는 쥐꼬리
신한·DB證 투자자 몫 올렸다 낮춰
'美 주식 먹통 사태'도 책임 떠넘기기

증권사들이 실적 성장 대비 투자자 권익 보호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실적 성장 대비 투자자 권익 보호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두 자릿수 성장율을 기록하는 호실적을 내고도 정작 개인 투자자 권익 보호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4.9% 올라 7109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26.4%↑·5110억원)·KB증권(50.4%↑·3795억원)·NH투자증권(15.2%↑·4227억원)·키움증권(12.0%↑·477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호실적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유가증권시장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배 늘어 1조6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은 1.5배로 늘어 각각 5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금융투자협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분석 결과 국내 증권사 5곳(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의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률은 3.5%를 웃도는 반면,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은 1%대 수준에 머물렀다. 

투자자 예탁금이란 증권사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하거나 주식을 거래한 후 출금하지 않고 남겨둔 돈으로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띤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사는 투자자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 후 받는 운용수익률에서 전산비 및 인건비 등을 공제한 뒤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한국증권금융에 의하면 증권투자자 예탁금신탁의 운용 수익률은 3% 중반대다. 증권금융의 관리 비용과 신탁보수를 차감하더라도 이익률은 3%대다. 금리 인상 영향을 받아 신탁 수익률은 2% 가까이 올랐다. 반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쥐꼬리 수준이란 얘기다.

증권사들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지난해 예탁금 이용료율 공시를 체계화하고 몇몇 증권사들이 이용료율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지난 4∼5월 시장 금리를 반영했다는 이유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다시 낮추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블루오션의 주간 주식 체결 취소 통보와 관련해 언급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블루오션의 주간 주식 체결 취소 통보와 관련해 언급했다. /연합뉴스 

최근엔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들이 투자자 권익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현지 야간 대체 거래소인 '블루오션'과 제휴해 미국 주식 데이마켓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지난 5일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블루오션 거래체결 시스템이 '셧다운'됐다.

블루오션은 같은 날 (한국시간 기준) 오후 2시 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발생 손익도 말소 처리됐다. 미국 측 대체거래시스템 오류로 인한 일방적인 거래 취소에 대한 손실에 대해 증권사 귀책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융감독원에 이와 관련해 서학개미들이 접수한 민원만 100건이 넘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해 "(국내) 증권사들에 대해 단일 경로가 아닌 복수의 경로로 주문할 수 있도록 지도해왔다"며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등 손익 발생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개인의 자율적 투자의사 결정이 침해된 것만으로도 (증권사에)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