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세 마리, 1년도 못 넘기고 사망
분양 이전 질병이나 사고 가능성 의혹
숨진 반려견 채혈 안 돼 사인 오리무중
# 반려견 세 마리가 모두 1살도 되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첫 번째 반려견은 4개월, 두 번째는 3개월, 세 번째는 1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모두 저혈압 쇼크와 빈혈 증상을 보였다. 이 중 두 마리는 한 분양샵에서 분양받은 반려견으로 갈비뼈에서 오래 전 골절 후 다시 붙은 흔적이 발견됐다. 저혈압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줄 수의사를 만나지 못했다. 미심쩍은 정황은 있었으나, 사인을 밝힐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안타깝게도 강아지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에 거주하는 이 모(30·여) 씨는 "올해 1월부터 총 세 번 분양받은 반려견이 모두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폐사했다"고 6일 여성경제신문에 제보했다. 이 씨는 1월에 'A분양샵'에서 생후 7개월 된 푸들 '다비'를 분양받았다. 이 씨는 반려견의 기본 접종을 마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비가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다고 전했다.

첫 번째 반려견 '다비'
이날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이 씨는 다비를 인근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빈혈 수치가 높고 저혈압이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갈비뼈에는 오래 전 골절 후 다시 붙은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도 발견됐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동물병원의 수의사 A 씨는 본지에 "엑스레이 검진 결과 최소 두 개의 갈비뼈에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 최소 3개월 이상 된 골절 흔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비는 1주일도 되지 않아 사망했다. 폐사 원인은 불명확했다.
이 씨는 "생후 7개월 차에 분양받고 사료 급여도 하루에 세 번, 정량을 줬다. 그 외에 반려견이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도 준 적이 없는데 갑작스레 폐사하게 돼 어안이 벙벙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끝까지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반려견 '토미'
다비를 떠나보낸 후 이 씨는 같은 분양샵에서 또 한 마리의 푸들 '토미'를 분양받았다. 이 씨는 첫 번째 반려견의 빈 자리가 너무 컸고 다비의 폐사가 분양샵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분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토미는 기본 접종 2차를 마친 후, 다비와 같은 증상을 보이며 사망했다. 병원에서도 동일한 증상에 의한 사망 사례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 반려견 '로이'
이 씨는 두 번째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약 3주 후 지인의 권유로 또 한 마리의 푸들 '로이'를 입양했다. 그러나 로이 역시 1주일도 되지 않아 사망했다. 이 씨는 "정말 정신적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로이가 찾은 동물병원 수의사 또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면서 "동일한 반려견에게서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더욱이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잘못된 급여 혹은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을 먹였다는 정황도 없어 더 당황스럽다"고 했다.

공통점?
저혈압·빈혈·푸들
보호자 실수 가능성?
이 씨가 분양받은 반려견은 모두 폐사 전 수의사로부터 저혈압·빈혈 판정을 받았다. 분양받은 지 반년도 넘지 못해 발생한 질병이라고는 의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같은 분양샵에서 데려왔는데, 두 아이 모두 저혈압과 빈혈 판정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다만 반려견 사망 직후 채혈을 하지 않는 이상 직접적인 사인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수의사 A 씨 또한 "반려견은 사망 5분이 지나면 혈액이 응고가 되기 때문에 채혈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동물병원에서는 자택에서 사망 후 시간이 지나고 데려온 반려견에 대해 사망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분양샵 잘못을 의심한 이 씨는 분양 계약서에 언급된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 배상을 요구할 수 없음' 항목을 짚었다. 세 번째 반려견을 분양받을 당시 최초 분양자가 서명한 계약서에는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이 씨는 "채혈이 불가능한 '사망 후 반려견'을 동물병원에서 부검을 거부한다면 전문 기관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대의 금액을 내고 부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십만원에 분양받은 반려견의 사인을 알기 위해 수백만원을 들여 부검을 하고 분양 비용을 돌려받을 보호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현행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는 구입 후 15일 이내에 애완동물이 폐사할 경우 동종의 애완동물로 교환하거나 구입 금액을 환불하고 구입 후 15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한 경우 사업자가 치료해서 소비자에게 인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가정견으로 위장한 일부 판매 업주들은 별다른 동물판매업 신고 절차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피해 보상 규정을 지키지 않을뿐더러 일부 업자들은 판매 후 자취를 감추고 있는 사례도 나온다.
이 씨는 보호자 입장에서의 실수 가능성도 언급했다. 평소 반려견이 올라오는 침대에 '진드기 퇴치제'를 자주 뿌렸다는 것. 이 씨가 사용한 진드기 퇴치제에는 'D-페노트린'이 포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D-페노트린은 의약외품으로 파리와 모기, 바퀴벌레 등의 구제 효과를 갖췄다.
'네셔널 페스티사이드 인포메이션 센터(National Pesticide Information Center)'에 따르면 D-페노트린을 52주 동안 0, 100, 300, 1000 또는 3000ppm의 용량으로 반려견에게 먹인 결과, 높은 용량을 먹인 반려견에게서 빈혈, 혈청 단백질 감소, 간 무게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사 A 씨는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진드기 퇴치제를 보호자가 직접 많은 용량으로 반려견에게 먹이지 않는 이상 분비물 등 소량으로 이른 시일 내에 반려견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다만 A 씨는 "사망한 두 반려견에게서 오래전 골절된 갈비뼈 흔적이 있었다는 점과 동일 증상으로 사망했다는 점을 볼 때, 분양샵에 오기 전 인공 교배,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질병, 반복적인 임신으로 인한 어미개와 자녀개 간의 부정적 영향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분양견 입양 구조상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워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