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제도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알림e 동호수 공개 X
정부 부처‧전문가 의견 제각각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고지 대상에 혼자 사는 여성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범죄자가 실제 거주하는 읍면동의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세대주와 아동보호기관에 고지되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여성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는 만큼 이들에게도 성범죄자 신상정보 고지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범죄자 신상정보 고지 제도는 법원으로부터 신상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읍면동)의 아동·청소년 보호 세대와 학교 등 아동·청소년 보호 기관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모바일과 우편을 통해 제공하는 제도다.

고지 정보는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 거주지(도로명 및 건물번호까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사진, 성범죄 요지(판결일자, 죄명, 선고형량), 성폭력 범죄 전과 사실, 전자장치 부착 여부 등 8가지다. 주소 및 실제 거주지는 상세 주소(동호수)를 포함한다. 카카오톡‧네이버 앱을 통한 모바일 고지와 우편으로 고지되고 있다.
고지 정보 제공 대상 외 일반 국민들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전용 웹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 및 모바일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개 정보는 고지 정보와 동일하나 상세 주소(동호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고지 정보를 여성인 1인 가구에도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몇 년간 여러 국회의원이 관련 내용을 골자로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성폭력범죄처벌법, 전자정부법 등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계류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충북 청주시 소재의 한 빌라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아랫집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과거 여성 5명을 상대로 특수강간, 강간, 강간미수 등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2년 만에 또다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당 사건에 대해 성범죄자에 대한 사전 고지가 있었다면 대비할 수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전자정부 서비스 영역에 범죄예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해 발의된 1인 가구 여성을 고지 정보 제공 대상에 포함하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여성가족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여가부는 "여성 1인 가구에 대해 고지 정보 제공 시 오히려 1인 가구가 특정돼 노출될 우려가 있고 특정 성별 보호에 대한 형평성, 과다한 고지 비용 발생 등 정책 집행 효율성 등 종합적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성범죄자 신상을 고지하는 이유는 주민들에게 조심하라고 사전에 알려주기 위함이다. 잠재적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사는 곳에 성범죄자가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 (신상 정보를) 고지하려면 대상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고지‧공개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여성경제신문에 "아동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게 국내 사회의 특수성, 거주 환경 등에 비추어 봤을 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고지해서 성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기보다는 오히려 제공 대상자에게 스트레스를 강화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주민들의 불안을 가중한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성범죄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교도소 안에서 제대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출소한 이후에도 일정 정도 위험성이 있을 때는 보호관찰 등을 통해 범죄자 행위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도록 공적 기관이 개입하는 것이 필요한 건 맞다"며 "다만 보호관찰소를 통해 정기적으로 상담하거나 그러한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행위 위험성을 낮추도록 개입하는 것이 훨씬 우리 사회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굉장히 밀집한 주거 환경이다. 특히 범죄자 개인보다는 그 가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향도 있다. 가족 구성원 중 범죄자가 있을 때 해당 가족 전체가 이사를 해야 하는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며 "고지‧공개 제도를 정책적‧원론적으로 재검토하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