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환자 사용률 1% 미만
사용법 복잡하나 교육 부재
관리 수가 없어···개편 필요

1형 당뇨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책으로 알려진 인슐린 펌프가 관리·교육 수가 부재 등으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형 당뇨 환자들은 저혈당이 30분만 지속돼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슐린을 자동 조절해 주는 펌프가 유일한 돌파구지만 실제 환자들의 사용률은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법에 대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슐린 펌프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주입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다. 진상만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의 '국내 진료 환경에서 자동 인슐린주입의 임상 적용' 논문에 따르면 야간과 공복 시 인슐린주입을 완전히 자동화한 자동 인슐린주입 기기(AID, automated insulin delivery)가 국내에도 사용이 시작되고 있다.
진 교수는 AID의 경우 급격한 혈당 변화를 보이는 식사 전후에는 사용자의 개입이 많이 필요하지만 식사하지 않는 야간에는 기본적인 생활 관리만 잘 돼 있다면 자동화된 혈당조절이 가능하다고 했다. 따라서 극심한 야간 혈당의 변동을 보이던 1형 당뇨병 환자도 매일 아침에 저혈당 없이 정상 혈당으로 일어나는 경험이 가능해진다는 것.
인슐린 펌프에는 △기본형 △센서 연동형 △복합 폐쇄 회로형이 있다. 이중 복합 폐쇄 회로형이 AID에 해당한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환우회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환자들은 주사를 일상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복합 폐쇄 회로형 인슐린 펌프의 경우 연속 혈당 측정기로 들어오는 혈당 데이터를 분석해 인슐린을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정상 범위의 혈당이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에 따라 합병증 동반 여부 차이가 굉장히 큰 환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이 달린 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슐린 펌프는 환자에게 유용한 기기임에도 국내 사용률은 5%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만 교수는 논문을 통해 "AID를 사용한 혈당조절도 주간에는 완전히 자동화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인슐린 펌프처럼 볼러스 계산기(식사할 때나 혈당이 높을 때 필요한 인슐린 용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기능)를 사용한다"며 "미국에서는 전체 1형 당뇨병 환자의 60% 이상에서 인슐린 펌프가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5% 미만만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그중 볼러스 계산기를 이용해 본 환자나 의료진은 더욱 드물다. 따라서 국내에서 AID를 시작하려면 먼저 볼러스 계산기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슐린 펌프 사용률 저조의 원인은 기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 부족과 미흡한 의료비 지원책 등으로 꼽힌다. 김미영 대표는 "복합 폐쇄 회로형(AID) 뿐만 아니라 기본형부터 주사와 개념이 달라지므로 모두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기에 대한 교육 관리 수가가 따로 없다. 병원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본지가 지난달 2일 보도한 "하루 수십 번 주사 놓는 1형 당뇨인···살기 위해 쓰는 돈 '연 400만원'"에 따르면 의료비 형태도 원인이다. 심박동기와 같은 4등급 의료기기인데 원내 처방이 가능한 '요양급여'가 아닌 외부에서 환자가 기기를 사 와야 하는 '요양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인슐린 주입기는 요양비 영역으로 병원 접근도 불가능한데 기기에 대한 교육 수가도 없어 진행할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 외래 진료 10분, 간호사‧영양사가 한번에 30분 교육할 수 있는 '재택의료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병원도 있지만 30분 교육하면 국가에서 특정 금액을 지원하는 정도다. 외국은 주입기 각각에 대해 교육하는 수가가 디테일하게 만들어져있지만 한국은 없다"며 "예를 들어 운전면허를 따야 자율 주행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듯이 일반 펌프를 달 줄 알아야 자동 인슐린 주입기(AID)를 사용할 수 있다. 혹시 자동 모드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기본 모드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펌프조차 다는 환자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본형‧센서형‧복합 폐쇄 회로형 세 기기 모두 교육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한국은 기본형이 많이 팔려있다. 수가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기기 회사와 회사 관계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만 팔리기 마련이다. 한국은 췌장 기능이 하나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운 환자들이 아닌 어느 정도 가능한 환자가 펌프를 쓰고 있다. 복잡한 자동 인슐린 주입기나 센서 연동형 펌프 등은 회사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 수가가 없으니 관리‧교육하기 쉬운 제품만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 인슐린 주입기‧센서 연동형 펌프의 실제 사용률은 0.5%도 안 될 것이다. 통계상 5%라고 나온 것은 기본형 모드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 대상"이라며 "기본형은 국내에 1만 대 이상 팔렸지만 연당기가 함께 들어간 주입기는 500대도 안 팔렸다. 약 5만명인 1형 당뇨 환자의 1%도 안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 수가, 의료비 형태 등은 문제 된 지 오래됐으며 의견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지만 진전되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