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료 현장 고려 안 한 단순한 판결"
국회 "적정진료 막는 정부에 환자만 피해"
KMDS "필수의료 기피하게 될까 우려돼"

최근 파킨슨병 환자에게 멕페란 주사를 놓은 의사에게 금고형이 선고되자 의료계는 '제2의 이대목동병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는 18일 의사 전체 휴진을 앞두고 이를 불 붙인 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A 개원의는 지난 2021년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 2ml를 투여했다. 이 맥페란으로 인해 해당 환자가 전신 쇠약, 발음장애 등 파킨슨증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A 개원의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창원지방법원 항고심재판부는 파킨슨병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투여하지 말아야 할 약물을 투여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금고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은 소화불량, 구토 등의 소화기증상 개선제로 사용되는 주사제다.
금고형 선고에 대해 개원가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는 반응이 일고 있다. 항구토제 사용부터 파킨슨병 환자 진료까지 크게 위축될 거란 우려와 함께 18일 있을 의료계 전체 휴진에도 의지를 더해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A 신경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파킨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은 안정제, 수면제, 혈압약, 당뇨약 등 다양하다. 파킨슨 환자에게 맥페란을 주사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투여가 되었다 한들 큰 위해를 가하는 의료사고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그런데 금고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의사들 상식에서 벗어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각종 커뮤니티에 따르면 의사들은 이번 맥페란 판결을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라며 개원가에 악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본래 파업에 반대했지만 맥페란 판결 관련해서는 개원가에서 나서야 한다며 18일 휴진을 결심했다는 의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맥페란 판결은 의사들 전체 휴진을 앞둔 현 상황에서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의료 현장은 법리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여파가 클 수 있다. 무조건 방어 진료만 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비 낭비가 될 수 있다.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사태도 결국 의사들은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그 이후 소아과 지원율은 뚝 떨어졌다. 결국 피해는 소아과 환자들이 보고 있지 않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맥페란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의사이기도 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제10차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내에서 구토에 쓸 수 있는 약은 맥페란 단 하나로 소아·고령 환자에서 위험(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쓸 수 있는 다른 약이 사실상 없기에 이득이 더 크리라는 예상 하에 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의사의 과잉 진료가 아닌 적정진료를 못 하게 만드는 정부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에게 뭘 어쩌라는 건지 정부는 대답을 좀 해보시라"고 말했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KMDS)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와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며 "전국 의사들에게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 진료 및 고령의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회피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임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KMDS는 2017년 신생아 집단 사망으로 의료진이 구속됐던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언급하며 "의사들로 하여금 가뜩이나 의료 공백에 놓이고 있는 필수의료를 더 기피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바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