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웅‧이용호‧김자영 교수
혈당 측정 콘택트렌즈 연구
눈물당-혈당 상관관계 97%
"세계 최초, 상용화는 아직"

여성경제신문이 9일 스마트 콘택트렌즈 연구를 진행한 공동 연구팀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용호 세브란스 내분비내과 교수, 박장웅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자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 /김정수 기자
여성경제신문이 9일 스마트 콘택트렌즈 연구를 진행한 공동 연구팀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용호 세브란스 내분비내과 교수, 박장웅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자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 /김정수 기자

살을 찌르는 고통 없이 24시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면···. 국내 총 7인으로 이루어진 공동 연구팀이 콘택트렌즈를 활용한 혈당 측정 시대의 문을 열었다. 

기존 혈당 측정 방법은 바늘을 통한 침습이 대부분이다.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재는 방식과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센서를 통해 한번 바늘을 꽂은 채로 일정 기간 부착하는 형태다. 이는 통증이 유발될뿐더러 패치형의 경우 알레르기나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스마트 렌즈를 착용하면 실시간 혈당 수치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착용한 채 스마트폰을 가까이 태깅하면 데이터가 바로 전송된다. 

9일 여성경제신문이 스마트 콘택트렌즈 연구를 진행한 공동 연구팀 중 박장웅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용호 세브란스 내분비내과 교수, 김자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눈물 속 생체 지표를 측정해 정확히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박장웅 교수 "가장 핵심은 혈당과 눈물 당 간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높게 나와야 눈물로 당뇨를 진단할 수 있다. 눈물 당과 혈당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는 50년 이상 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지만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2014년도에 구글에서 콘택트렌즈를 만들어 분석했는데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게 우리의 연구 시작 포인트였다. '우리가 잘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간 연구진들이 어떻게 실험했는지, 상관관계가 높고 낮게 나온 이유를 각각 파악하기 위해 지속해서 연구해 왔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모식도 및 이미지 /세브란스병원
스마트 콘택트렌즈 모식도 및 이미지 /세브란스병원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기능, 구성 요소, 재료, 착용감 등이 궁금하다.

박장웅 교수 "현재 시판되고 있는 콘택트렌즈 소재를 그대로 쓰고 있다. 렌즈 구조와 두께도 유사하다. 따라서 착용감도 비슷하다. 아주 작은 반도체 칩으로 된 센서가 렌즈 내부에 들어가 있다. 따라서 센서는 눈에 직접 닿지 않는다. 렌즈 표면에는 센서에 눈물이 전달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이 뚫려져 있는 구조다. 전자회로는 렌즈 바깥 테두리에만 있어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혈당 수치 변화에 맞춰 눈물 당도 함께 등락하는 것을 확인한 시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박장웅 교수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음식물 섭취를 하면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눈물 당이 약 10분 뒤에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고, 음식 먹으면 또 올라가는 과정들을 연속해서 측정하는 실험이다. 스마트 렌즈 내부에 센서가 있고 스마트폰에 있는 파워를 무선으로 받을 수 있게 안테나와 NFC 칩이 들어가 있다. 버스 탈 때 NFC 기능으로 스마트폰을 태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배터리는 렌즈 내부에 없고 스마트폰을 렌즈에 가까이 대면 스마트폰에 있는 파워가 렌즈로 전송돼 센서가 작동한다. 그럼 작동된 신호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야 한다. 눈물 당 농도가 측정돼 스마트폰에 기록된다.

NFC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은 사용이 불가하다. 안드로이드는 모두 되지만 오래된 아이폰 모델은 NFC 기능이 없다. 시험 과정에선 갤럭시를 사용했다."

박장웅 교수는,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눈물 당과 혈당 간  97% 가까운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동안의 연구에서 상관관계가 없다고 나왔던 것은 통증으로 인한 눈물의 성분 및 양 변화와 개인마다 다른 지연 시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박장웅 교수는,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눈물 당과 혈당 간 97% 가까운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동안의 연구에서 상관관계가 없다고 나왔던 것은 통증으로 인한 눈물의 성분 및 양 변화와 개인마다 다른 지연 시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그간 눈물을 이용한 혈당 분석 연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연구팀이 발견한 포인트가 있다면.

박장웅 교수 "눈물 당과 혈당 간의 상관관계 수치가 97% 가까이 나왔다. 환자 대상으로 분석 결과가 이만큼 높게 나온 것은 우리 연구팀이 세계 최초다. 국내외에서 눈물 당과 혈당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는 지금껏 많이 나왔으나 착용 시간, 지연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정밀도가 떨어진 결과들이 대부분이었다. 10년 가까이 연구하다 보니 결국 그 이유를 찾아내 환자 대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간 연구에서 상관관계가 없다고 나왔던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통증이다. 안구에 통증이 가해지면 눈물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반사성 눈물(Reflex tear)이 나온다. 이때 눈물의 성분과 양이 일시적으로 달라진다. 기존 연구들은 눈물을 채취할 때 뾰족한 '마이크로 파이펫' 같은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안구 통증으로 눈물 성분이 달라졌던 것이다. 또 구글에서 논문을 발표한 2014년엔 소프트한 렌즈를 만들지 못했다. 렌즈가 굉장히 두껍고 착용감이 떨어지다 보니 눈에 통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눈물의 성분과 양이 달라져 상관관계가 낮게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 포인트는 사람마다 지연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혈액에 있는 당 성분이 눈물로 확산해서 눈물 당을 측정하는데, 확산할 때 세포벽을 통과해서 나온다. 사람마다 신진대사가 조금씩 차이가 나므로 혈액에 있는 당 성분이 눈물 당으로 확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모두 다른 것이다. 대략적으로는 10분인데 개인마다 11분, 12분이 걸릴 수 있다.

환자와 정상인 대상으로 실험해 보니 신진대사 시간을 정확하게 알면 혈액과 눈물당 간의 상관관계를 굉장히 높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게 됐다."

—눈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혈당과의 연관성에 영향을 주는 유형은 무엇인가.

박장웅 교수 "일반적인 상태에서 고여 있는 눈물은 기초 분비 눈물(Basal tear)이라고 한다. 통증이 있으면 반사성 눈물(Reflex tear)이 발생한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눈물이 분비되므로 농도와 양이 일시적으로 달라진다. 렌즈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통증에 속하므로 렌즈 착용 후 초반에는 반사성 눈물이 나온다. 5분 정도 지나야 반사성 눈물이 멈춘다. 따라서 착용 5분 후 측정하기가 제일 좋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스마트폰 앱에도 알람 기능을 탑재해 알람이 울린 뒤부터 측정하도록 설계했다.

기존에 나왔던 연구 결과들은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혈당과 눈물 당의 상관관계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용호 교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비침습적이므로 피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향후 상용화된다면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혈당 조절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이용호 교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비침습적이므로 피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향후 상용화된다면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혈당 조절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당뇨병 환자들의 기존 혈당 측정은 주로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는 방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눈물을 이용한 혈당 측정이 이와 다른 점, 특장점이 있다면.

이용호 교수 "현재 혈당 측정에 사용되는 손가락을 찌르는 방식과 패치형 센서는 바늘로 피부를 찔러야 하는 침습적인 방식이다. 접촉 부위에 알레르기나 드물게는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반면 렌즈는 비침습적이므로 피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향후 상용화된다면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현재 혈당 측정 방법은 환자들이 음식을 먹었을 때 실시간으로 혈당이 얼마큼 올라가는지 알 수 없다 보니 음식에 제한을 두기 어렵다.

또 운동했을 때 얼마큼 혈당 수치 조절이 되는지 바로 알 수 없다 보니 동기부여가 잘 안되는 편이다. 렌즈로 혈당을 측정한다면 본인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동기부여도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 센서 하나 붙이는 게 당뇨약 하나 먹는 것보다 좋다는 데이터가 존재하는 만큼 혈당 조절은 당뇨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당뇨 환자들에게 접근성과 치료 질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저혈당에 대한 위험성이 높고, 치매와도 연관성이 높다. 따라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혈당 조절은 저혈당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위 질문과 반대로 단점 혹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상용화되기까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을 것 같다.

박장웅 교수 "안구 질환에 걸렸을 때 어떻게 될지는 확인을 못 한 상태다. 예를 들어서 결막염에 걸렸을 때 렌즈, 눈물 당 반응이 어떨지 연구가 덜 된 상태다. 또 아직 판매하는 단계가 아니므로 센서가 고장이 날 경우는 연구하지 않았다. 디테일한 부분들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

김자영 교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먼저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눈물 당과 혈당 간 지연 시간을 환자 개인이 찾아야 한다. 개개인에 따른 지연 시간이 계산되면 그때부터 혈액을 채취하지 않더라도 렌즈 착용만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김자영 교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먼저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눈물 당과 혈당 간 지연 시간을 환자 개인이 찾아야 한다. 개개인에 따른 지연 시간이 계산되면 그때부터 혈액을 채취하지 않더라도 렌즈 착용만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김자영 교수 "상용화되기 위해선 먼저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눈물 당과 혈당 간 지연 시간을 환자 개인이 찾아야 한다. 개개인에 따른 지연 시간이 계산되면 그때부터 혈액을 채취하지 않더라도 렌즈 착용만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상용화 시기와 가격이 궁금하다.

박장웅 교수 "상용화 시기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가격 또한 예상이 어렵다. 얼마나 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전자회로, 센서 등이 내재하므로 일반 소프트 콘택트렌즈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박장웅 교수 "눈물에는 다양한 성분이 있다. 당뇨 외에도 눈물을 통해 다양한 질병들을 진단하는 렌즈를 개발하려고 연구 중이다. 눈은 뇌랑 가깝기 때문에 뇌에 관련된 정보들이 많다. 땀이나 타액으로도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지만 땀은 운동해야 발생한다. 타액은 물을 마시면 농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눈물은 그렇지 않다. 눈물은 항상 고여 있고, 눈꺼풀이 있어 보호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접근성이 좋은 질병 진단 스마트 렌즈를 최대한 많이, 다양하게 개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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