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대한 상식 부족해
세대 관한 이분법적 사고 버려야

"일반석은 머리 흰 노인이 젊은이 자리 뺏는 거 같아 눈치 보여요."
"다리를 다쳐 노약자석에 잠시 앉았다가 주변 눈초리로 결국 서서 갔네요."
노인지정석이 새로운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인들은 노약자석이 꽉 차 있어도 일반석에 앉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은 무조건 노약자석에 앉아야 한다는 시선에 눈치가 보인다는 것.
경기 고양시 지하철역에서 본지와 만난 77세 이모 씨는 "괜히 젊은 사람들 자리 뺏는 것 같아 일반석엔 잘 안 앉는다. 머리 흰 사람이 일반석에 앉으니까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임산부, 몸이 불편한 사람, 어린이 등 노인을 제외한 사회적 약자들은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일부 노인에게 눈초리, 심하면 욕설을 듣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리를 다쳐 깁스한 A씨가 노약자석에 앉으려고 하니 "왜 노약자석에 앉으려고 해, 여기는 나이 든 사람만 앉는 자리야"라며 '가정교육을 못 받았네', '부모가 대체 어떻게 교육했길래' 등 막말을 들은 사연이 올라왔다.
노약자석에는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도 포함됐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약자석에는 노인을 제외한 사회적 약자도 포함된다. 젊은 사람이어도 병이 있거나 몸을 다친 경우 노약자석에 앉을 수 있다. '젊은 사람은 안 된다'는 고정 관념은 사라져야 한다"며 "남성과 여성을 놓고 보면 여성도 약자에 해당하고 어른과 어린이를 보면 어린이도 해당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상식과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머리 흰 노인이 아닌 이상 본인이 약자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졌다"라며 "결국 이러한 고정 관념은 노인에게도 좋지 않게 발현된다. 반대로 노인이 일반석에 앉을 때도 눈치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젊은 사람도 노약자 우선석, 전용석에 자유롭게 앉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보단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양보의 기준으로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양보를 강제하는 것보다 일본과 같은 방식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 회장은 "일본은 노약자석을 다루는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처럼 노인이라면 무조건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일본은 역사적으로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태도가 습관화 되어있다. 애초에 한국과 다른 문화"라며 "일본의 방식은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 민족성이 다르다. 앞으로 성장할 아이들에게 세대 간 배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을 교육하는 게 현재로써 제일 시급한 일이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세대를 불문하고 국민들이 자기중심‧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며 "노약자석이든 일반석이든 서로 각박하게 굴지 않는 태도와 후한 인심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