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말썽꾸러기 고교생 특별반 교육
담배 피우고 싸움하고 골칫덩어리
나도 그랬는데 대학교수가 되었다
너희들도 못 할 거 없지 않니?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담배 모습 /박종섭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담배 모습 /박종섭

얼마 전 모 진로상담 협회에서 고교생 특별반 특강을 실시했다. 특별반 교육은 상담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여 교육과 상담 실습을 한다.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학생들을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형태다. 여러 종류의 위반 사항에 대해 상담과 교육을 받게 한다. 대상자 명단을 보니 흡연 3명, 교사 지도 불응 2명, 근태 1명, 언어폭력 1명, 성폭력 2명, 재교육 1명이다. 하루 6시간 또는 이틀에 걸쳐 8시간 교육이 진행된다.

나는 두 시간의 교육을 의뢰받았다. 학생들을 마주 대하니 공부보다는 사적 질문이 더 많았다. 기회만 있으면 관심을 다른 데 돌리는 등 어수선했다. 몇몇 학생은 수시로 책상에 누우려 했다. 누워버리면 교육의 효과는 없다. 잠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의 이름을 불러 질문을 하고 관심을 두며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나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어린 시절 내 이야기로 학생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친밀하게 동질감을 유발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피웠다.”

폭탄 발언에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이에요?”

“당연히 정말이지.”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그게 말이지. 우리 친구 중에 담배 가게 하는 집 아이가 하나 있었거든. 그 아이가 매일 담배 한 갑씩을 집에서 몰래 갖고 나오는 거야. 우리 집 장독대에 뜰이 있었거든. 그 뜰에 동네 친구들이 쪼르르 앉아서 어른들처럼 흉내를 낸 거였지!”

“그래서 계속 담배를 피우셨나요?”

학생들이 잔뜩 호기심을 가진 눈으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말이지. 어느 날 우리 고모가 담배 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거야. 재빨리 먼저 본 친구들이 담배를 등 뒤로 숨겼는데 나만 못 보고 담배 연기를 하늘로 내뿜고 있었지, 뭐야.”

“그래서요?”

“혼났지. 아이들이 할 일이 아니었거든. 물론 고모님도 말문이 막혔는지 한참을 넋이 빠져 서 있으시더라고. 우린 현장을 들킨 것만으로도 충격에 휩싸였지. 잠시 흐르는 침묵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어.”

학생들은 그 상황이 상상이 되는지 다음 이야기 전개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아버지한테 이르시겠다고 했는데 고모님이 눈감아주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 아마 현장을 들켜 언제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 떨었던 것이 더 고통이 크지 않았나 싶어. 그래서 그런지 그다음부터 담배 맛이 뚝 떨어지더라고. 군대 가서도 공짜 담배가 매주 한두 갑씩 나왔는데 다른 사람 주거나 건빵과 바꿔 먹곤 했지!”

학생들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지 조용해졌다.

“담배 안 피우니 좋은 것도 많더라고. 우선 돈이 안 들어가잖아. 현재 담뱃값은 한 갑에 4500원(20개비, 1갑)으로 세율은 73.8%야. 대한금연학회에 따르면 앞으로 8000원으로 올린다는 말도 있거든. 하루 한 값 피우는 것만 절약해도 월 13만5000원의 저축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되지. 1년이면 162만원이야. 적은 돈이 아니지.”

학생들은 이 이야기에 관심은 있어 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기호식품은 그래서 더 끊기 어렵다. 마음에서 먼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담뱃갑 실제 사진. 그래도 사람들은 담배를 피운다. /박종섭
담뱃갑 실제 사진. 그래도 사람들은 담배를 피운다. /박종섭

“담배는 건강에 더 안 좋다는 거 다 알잖아. 담배는 200종 이상의 화합물로 되어 있고, 더구나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이라는 거. 많은 사람이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 나중에 끊으려 하면 더욱 어려워. 어른들도 끊으려 노력하지만 못 끊고 힘들어하는 사람 많거든. 금단현상으로 손을 떨기도 하고 불안해하고···.”

학생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앉아 있다. 역시 지금은 아무것도 안 들릴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 중에 한 사람만이라도 알아들었다면 성공한 거란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2학년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아직은 모르는 것 같다. 언젠가 돌이켜보면 느끼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했다.

“내 초등학교 성적표를 보면 ‘겁이 없고 싸움을 잘함’이라고 생활기록부란에 적혀 있어.”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 싸움을 많이 했어요?”

“그게 말이야. 형들이 싸움을 많이 붙였어. ‘얘가 너 이긴다고 하더라’ 하면 싸움이 붙는 거야. 엎어지고 뒹굴다 코피 나면 승부가 결정 나지. 그런데 묘하게도 그때 이후론 싸움을 해본 기억이 없어.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태권도는 자신을 방어하는 거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배웠거든. 심신 수련이 목적이지.”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박종섭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박종섭

학생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니 어느 정도는 긴장을 내려놓는 것 같았다. 자신들보다 더 어렸을 적 경험담 이야기에 할 말을 잊은 것 같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이렇게 어릴 때 담배도 피우고, 싸움도 잘했는데 커서는 대학교수가 되었단다. 그러니 너희는 나보다 못할 것 없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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