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80% 노인에 '부정적 편견'
세대 간 싸늘한 시선 범죄로 연결

지난해 2월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위험하다고 운전 못하게 하고 와이프랑 해외여행 한 번 가려고 하면 온갖 걱정을 해요. 밖에 나가서 제자에게 호통치면 틀딱충 소리도 듣는데 노인을 왜 이렇게 무시하는지 모르겠네요.

혐로(嫌老)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조성되고 있다. 노인이 '인생 선배'로 대접받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오프라인 공간에선 노인을 두고 '틀딱충'·'연금충'으로 부르는 등 부정적인 대상으로 각인되는 추세다. 각각 '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 '노령연금 받아 나랏돈 축내는 존재' 등을 의미한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고령화리뷰 제35호'를 보면 고령자에 대한 청년의 인식조사에서 '노인은 실력보다 나이, 경력, 직위 등으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는 문항에 각각 71.7%, 63.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실력과 괴리된 권위주의 의식에 대한 편견을 높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80%가 노인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21.1%)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 6.7%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혐로 확산, 노인 범죄로

세대 간 '싸늘한 시선'에 노인의 분노가 쌓이고 범죄로 표출될 수 있는 '임계점'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청범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범죄자(65세 이상)는 2013년 7만7260명에서 2017년 11만2360명으로 45%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강력범죄의 경우 2013년 1062명에서 지난해 1808명으로 70.2% 증가했고, 폭력범죄도 2013년 14216명에서 지난해 2350명으로 43.1% 늘었다.

사례로 보면 지난 2018년 9월 광주 북구 동림동에서 70대 노인이 지나가던 시내버스 기사에게 길을 물었는데 '모른다'고 답했단 이유로 기사의 입에 버스카드를 넣고 멱살을 잡아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혔다. 

같은 해 8월 경북 봉화군에선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이 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사망했다. 2020년 4월에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폐지를 줍지 못하게 해 화가 난 70대 노인이 두 차례 사건 장소 인근에 불을 질러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뿐 아니라 노인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규 노인인권협회 회장은 "국민들은 노인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유병장수’ ‘빈곤장수’ ‘무업장수’ ‘독고장수’ 등 현대판 4대 노인의 고통과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을 위한 인식은 부족하다"며 "노인을 스스로 활동하게 하고 노인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하는 사회가 가장 건강한 사회"라고 했다. 

최근 노인 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족과 젊은이들의 무시와 비하에 소외감을 느낀 노인들이 분노하면서 노인 범죄가 늘어난다"며 "억울함 때문에 쌓인 분노가 이상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한국의 노인복지 시스템은 사후 처리 형태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예방적 차원에서 노인복지에 접근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노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 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음식을)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먹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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