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식’ 대립에 갈등과 복지 분열 초래
"사회적 약자 대상으로 복지 마케팅 멈춰야"

"노인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겠다. 그 첫번째 복지 정책으로 지하철 운임을 면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1984년 5월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을 100% 면제하도록 지시했다. 여기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도 무임승차 대상에 추가됐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총선을 앞두고 사회복지계 총선 출마를 앞둔 예비 후보 사이에서 때 아닌 '복지이념' 논쟁이 나온다. 대표적 진보 진영인 전라남도 출신 사회복지계 총선 출마 희망자 A씨는 국민의힘을 통한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A씨를 두고 일부 사회복지계 종사자는 "진보 진영 출신 사회복지계 인물이 보수 진영으로 출마하는 건 '수작'"이라며 "복지인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복지학과 B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 사회는 최근 몇 년간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라는 두 가지 방식을 두고 대립이 심각했다"면서 "진보적 입장에선 모든 국민에게 현재 수준 이상의 복지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 지원 복지 수급자는 대체로 사회취약계층"이라면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모든 사람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지원'이라는 개념이 담긴 정책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표를 주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고 설명했다.
전두환 '노인복지 기반 마련'
김대중 '산재·고용보험 확대'
노무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명박 '노인장기요양보험'
박근혜 '장기요양 치매특별등급 신설'
지난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형 창조복지의 탐색을 위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역대 정부 주요 복지정책 발의 건수를 보면 보수 진영에서도 현재 노인복지 근간이 될 수 있는 사회 서비스 정책을 다수 발의했다.
박정희 정부는 △산재보험 △건강보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생활보호제도 등 10가지 정책을 발의했다. 전두환 정부에선 △건보 확대 △영세민 종합대책 △사회복지 전문요원 신설 △노인복지 기반 마련 △재가노인 복지사업 등 5개를 제안했다. 노태우 정부 또한 △전국민 건강보험 △국민연금 △저소득층 영구임대주택 △장애인복지대책위원회 △장애인등록제 등 5가지 정책을 냈다.
김영삼 정부는 △고용보험 △국민연금 확대 △공중보건 △보육시설 확충계획 등 4가지, 김대중 정부는 △산재 및 고용보험 확대 △의약분업 △건보통합 △전국민 국민연금 기반 구축 △경로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 장애인복지 5개년 계획 등 6가지를 제안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차상위계층 지원△ 장애수당 확대 △보육 확대 △사회 서비스 일자리 △다문화가족센터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 8개를 발의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공무원연금법 개정 △장애인연금 △0~2세아 무상보육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 학자금 대출 △국가장학금 △근로장려세제 등 9개, 박근혜 정부는 의료보장성 강화 △장기요양 치매 등급 신설 △기초연금 △기초보장 맞춤형 급여 △일을 통한 빈곤탈출 △무상보육 △보편적 주거복지 △반값등록금 등 11가지 정책을 냈다.

특히 전두환 정권 시절 복지 정책을 살펴보면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되는 생활보호 대상자에 대한 지원 확대 정책이 눈에 띈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사회부조 대상인 생활보호대상자의 최저생계비를 월 3만8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당시 일반기업 월급은 40만∼60만원 정도였다.
전국민 의료보험 확대와 최저생계비 보장, 의무교육, 국민연금 등 1980년대 복지정책 입안 과정과 외국인노동자 정책의 기초가 되는 산업연수제 도입 안건 등도 당시 정권에서 나왔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선 현재 1년 앞으로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0만여명이 수급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때 들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 지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늘어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5%대에서 7%대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보수정권에서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명박 정부 초 7%대이던 수치는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약 10%대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권의 '알맹이 없는 복지 친화적 정책 유도'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복지학과 C 교수는 "유권자가 복지 친화적 태도를 이미 갖고 있는 상황에 상대 당이 주된 정책 이슈로 제기하면 정권 유지를 위해 복지제도 확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복지는 진보와 보수 대립 구도가 아니다. 또한 보편주의 복지도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복지정책은 정치과정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정권도 낮은 수준의 보편적 복지는 얼마든 확장될 수 있다”면서도 “복지제도 발전 및 시장 불평등 심화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만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