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위 손보 도쿄해상 해외에서 73.3% 벌어
짧은 임기·순환근무가 毒···경영 체제 바꿔야

일본 대형 손해보험사의 전체 이익 중 해외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은 한편 국내 손보사의 해외사업 이익 비중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진출의 어려움으로는 CEO의 임기 등 경영 체제가 지목됐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 3대 손해보험사의 전체 이익 중 해외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서 지난달 15일 발행한 리포트 '일본, 대형 손해보험회사의 해외사업 부문 이해 확대'를 보면 보험료 수입 기준 일본 손보사 1위 도쿄해상의 상반기 전체 이익 중 73.3%인 2020억 엔은 해외사업을 통해 달성됐다. 2위인 MS&AD와 3위인 솜포재팬 역시 각각 61.4%, 40.4%의 이익을 해외에서 얻었다.
한편 국내 손보사의 경우 해외에서 얻는 이익이 매우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손보사의 해외사업 당기순이익은 0.52%에 불과했다.
국내 손보사의 해외사업 자산 비중 역시 1.68%로 글로벌 3사(AXA·Allianz·도쿄해상) 평균인 61.19%보다 훨씬 적었다. 지난해 3분기 삼성화재의 전체 보험료 수익 중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은 1.8%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 손보사들의 해외사업 부문에 진출하지 못 하는 이유는 CEO의 짧은 재임 기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보험사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재임기간은 평균 2~4년인데 이 기간은 해외에 진출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손보사 CEO 입장의 해외 진출이란 "임기가 짧으니 (재임 기간에는) 위험 부담만 지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임기가 끝나버리니 과실이 돌아오지도 않는 것"이라면서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게 되니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낸다"라고 말했다.
도쿄해상은 CEO의 임기를 최소 5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해외사업도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험사인 프랑스의 AXA사는 1980년대 이후 해외사업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바 있다. 이는 전임 CEO였던 클로드 베베아르(Claude Bébéar)가 25년의 재임 동안 M&A 전략 등을 적극 활용하는 등 해외사업전략을 성공적으로 전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다른 전문가는 경영 체제 자체를 바꿔야 손보사들의 해외 진출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순재 RMI연구소 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1990년대 말부터 한국 보험업계는 세계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치긴 했었다"며 "하지만 20년 넘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한 "규모가 큰 손보사의 임원들 대부분은 지주 그룹 내 계열사에서 순환 근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신사업 개척으로 대표되는 장기적 성장에 관심을 가질 수 없게 한다"면서 "(경영진) 평균 임기를 늘리거나 보장하는 쪽으로 변해야 해외 진출에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