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법원 상업은행 전환비용으로 해석
검찰 무리한 기소로 지난 2년간 고통
"이젠 개인의 명예회복 위해 싸우겠다"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상업은행 면허' 취득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과 관계자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10일 오전 '국제거래상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회장 등 피고인 4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들은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SB(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전환 과정에서 부동산 매매대금을 부풀려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에게 인가를 위한 로비 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DGB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던 김태오 회장이 최종 책임자로 가장 죄책이 중대하다며 징역 4년 및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글로벌사업본부 상무 A씨와 부장급 직원 B씨는 각각 징역 3년6월과 징역 3년에 벌금 82억원을, 현지 부행장으로 근무했던 C씨에게는 징역 2년에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교부한 금전의 성격 △외국 공무원 등 업무와의 관련성 여부 △상업은행 전환비용이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브로커가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제상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 △횡령의 불법영득 의사 등 6가지였다.
다만 재판부는 브로커에게 전달한 금전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외국 공무원 등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는 상업은행 전환비용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브로커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제상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며 횡령의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국제뇌물방지법 제3조 제1항의 문언, 개정 연혁, 입법 배경이 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의 내용, 보호법익과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DGB SB가 브로커에게 상업은행 전환비용을 지급한 행위를 당사자 중 한쪽이나 양쪽이 외국 법인인 '국제'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브로커를 통해 돈을 전달받은 중앙은행 부총재는 공무원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외국 공무원에게 뒷돈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무죄를 선고한 판단에는 정상 참작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캄보디아 현지에선 이런 비용이 '준조세' 성격이 강한 점, 당사자들이 제3자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취급한 점 등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김태오 회장 측 변호인은 여성경제신문에 "검찰의 기소로 지난 2년 동안 관련자들에게 많은 시간적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김 회장이 앞으로 개인의 명예회복과 조직의 평판을 되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