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공유방 단순 참여 무죄
다운로드 등 지배관계에 있어야 처벌 가능해

대법원이 성 착취물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받아도 다운로드하지 않으면 소지죄가 적용이 안 된다는 판결을 해 비판받고 있다. 이런 식이면 "버닝썬 사태의 딥웹이나 n번방 접속도 무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법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비 대법관)는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 춘천 재판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113개가 저장된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대화방에 배포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1~6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480개가 올라와 있는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 7개에 참여한 혐의와 채널 두 개를 개설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20개를 직접 올려 소지한 혐의도 가지고 있다.
먼저 1·2심은 A씨의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1심은 징역 6년, 2심은 징역 5년6월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A씨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배포죄는 인정하지만 텔레그램 채널 및 대화방 7개에 참여한 혐의는 무죄라고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은 "'성 착취물 소지'란 성 착취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말한다"며 "성 착취물 파일을 구입해 다운로드하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상태에 머물거나 또는 접근할 수 있는 상태만으로 곧바로 이를 소지로 보는 것은 문헌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전에도 비슷한 판결을 한 적이 있다. 지난 6월에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다운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 주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원심이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무죄 취지로 이를 파기 환송했다. 온라인 주소(URL)가 있다고 '소지'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소지'의 개념을 좁게 판단할 경우 법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시 말해 구입, 시청, 소지를 따로 판단하고 적용해 법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
지난 2020년 성 착취 불법 영상물을 공유한 'n번방'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접속한 참가자 전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형법 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n번방 유료 이용자를 성 착취물 제작을 의뢰한 자금 제공자로 규정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이 200만명을 넘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대로라면 n번방 유료 회원들도 종범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는 시청이나 구입 행위의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지죄를 좁게 해석해도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청 행위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구입하지 않고 무상으로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소지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