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원내대표 선거서 비명 지지한 文心
이재명 손 들어줬지만 체포동의안 '가결'
당심은 친명이지만 친문계 이탈 가능성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당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6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이번에도 문심(文心)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친명-친문 간의 갈라치기를 통해 재미를 봤던 비명계의 전략은 한계에 노출됐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이탈표는 최소 29표로 파악된다. 현재 민주당 168석 가운데 비명계가 17% 정도의 비율이다. 이런 가운데 심리적 이탈이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면서 사흘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선거가 혼전 양상이다.

민주당은 24일인 오늘까지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26일 오후 2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지난 선거에서 맞붙었던 김두관·박범계·이원욱·홍익표 의원이 후보자로 거론된다. 지난 4월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재인-친이낙연계로 분류된 박 의원은 169명의 의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득표로 손쉽게 원내대표가 됐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계파 정치가 당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책임 당원의 80%가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인 가운데 문재인계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의 비명계를 부르는 멸칭)으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한 비명계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가결 표를 던진 것이 확실시되는 신동근·강병원·최인호·박용진·강병원·박재호·홍영표·윤영찬·설훈·양기대·김철민·고영인·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이 친명도 친문도 아닌 비명계로 분류된다.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원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한 김두관 의원을 배제한 채 박광온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고, 지난해 7월엔 지지층의 반대가 컸던 김진표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밀어준 것도 이들이다. 이번에도 박범계·이원욱·홍익표 의원 가운데 가장 선명한 반(反) 이재명 노선을 걸어온 후보가 이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국회 체포동의안 투표 상황을 따져보면 박 의원의 투표용지에서도 부결을 뜻하는 '부'라는 글자가 확인됐고, 대표적인 친문재인계 인사인 고민정 의원도 부결을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문 전 대통령의 다수 측근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상황에서 비명계 의도대로 이를 심리적 이탈표로 분류하면 친명계를 대표하는 김두관 의원은 이번에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한 전문가는 "지지층을 '개딸'이라 부르며 강성으로 분류해 온 20여명 남짓 비명계의 친명-친문 갈라치기 프레임이 통한 것"이라며 "26일 투표 시간은 오후 2시로 정해졌지만 법원의 이재명 대표 체포영장 결정도 같은 날이어서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 영장 기각 여부를 기점으로 분당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