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광의초 전교 30명 중 7명 유학
자연-인간 공존 새 이웃 상호협력 배워
조희연 “서울 캠프도 기획, 올 예산 잡아”
예산삭감, 좌초 위기···“내년도 이어갈 것”

산수유로 유명한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에는 숲속의 작은 학교 광의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광의초교에는 지역 아이들 23명과 서울에서 유학 온 7명이 함께 배우며 자란다. 사진은 '올챙이 뛰어봐' 시간에 학생들이 나뭇잎으로 만든 작품들. /광의초교 홈페이지
산수유로 유명한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에는 숲속의 작은 학교 광의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광의초교에는 지역 아이들 23명과 서울에서 유학 온 7명이 함께 배우며 자란다. 사진은 '올챙이 뛰어봐' 시간에 학생들이 나뭇잎으로 만든 작품들. /광의초교 홈페이지

산수유로 유명한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에는 숲속의 작은 학교 광의초등학교(광의초교)가 자리 잡고 있다. 광의초교에는 지역 아이들 23명과 서울에서 유학 온 7명이 함께 배우며 자란다. 6000여 평에 달하는 학교 부지 텃밭에는 다양한 작물이 자랐고 꽃과 나무가 함께 성장했다.

자연 전체가 교과서다. 캠핑과 모내기 활동은 감각을 일깨우는 놀이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치를 스스로 배우는 생태체험이다. 온 마을이 돌봄의 공간이며 교육 공동체로, 나눔과 배려를 스스로 일깨우는 배움터다.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와 자연 친화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6개월이나 1년 동안의 생활이 우리 아이들의 심성이나 인성, 지성에도 새겨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3일 오후 전남 구례 광의초교에서 열린 ‘전남농산어촌유학 교육공동체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최주연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3일 오후 전남 구례 광의초교에서 열린 ‘전남농산어촌유학 교육공동체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최주연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3일 오후 전남 구례 광의초교에서 열린 ‘전남농산어촌유학 교육공동체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 2021년부터 3년째 이어가고 있는 농촌 유학 사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농촌 유학은 서울 초·중등 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인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2학기에는 전남 148명, 전북 67명, 강원 33명 등 총 248명의 서울 학생이 농촌 지역으로 유학하러 갔다.

조 교육감은 농촌 유학의 다양한 역할에 주목했다. 생태교육뿐 아니라 지방 소멸에 대한 대안으로도 봤다.

“광의초 전교생이 30명인데 유학생이 7명이면 20%쯤 됩니다. 이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의미로도 접근할 수 있겠습니다.”

지방 소멸은 수도권 쏠림현상에 기인한다. 산업연구원이 작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라남도(13곳)와 강원도(10곳), 경상북도(9곳), 경상남도(9곳), 전라북도(6곳) 순으로 소멸 위기 지역이 많았다. 전남 지역에서 구례군도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됐다.

농촌 유학은 도시와 농촌의 상생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사진은 광의초 생태학습에 참관한 조희연 교육감. /최주연 기자
농촌 유학은 도시와 농촌의 상생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사진은 광의초 생태학습에 참관한 조희연 교육감. /최주연 기자

농촌 유학은 도시와 농촌의 상생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농촌 유학에 이어 서울 캠프에 대한 예산도 확정했다.

“도시와 농촌의 공동 교육 프로그램 등 교육적 연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농촌 유학과는 반대로) 광의초 학생들이 서울에 가서 서울 학생들과 3박 4일 어울리면서 공동 캠프를 할 수 있는 예산이 잡혀있습니다.”

조 교육감은 도농 간 원격 공동 수업에 대한 활용도 고민하고 있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원격 수업을 통해 광의초 학생들이 서울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원격으로 만나다가 방학 중에 3박 4일 프로그램을 같이하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아이도 학부모도 나누고 소통하는 ‘멋쟁이’
농촌 유학의 축은 학교 “지방을 살리는 길”

유학생을 포함해 광의초교 학생들은 지리산과 섬진강 주변에서 공부한다. 광의초의 농촌 유학 프로그램에는 △지리산 둘레길 걷기 △자전거 타기 △수상레저 △작가와의 만남 △순천만 생태교육 △마을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캠페인 등이 있다.

유학생도 학부모도 농촌 생활에 만족했다. 획일적인 교육 환경과 생활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교류하고 농촌에서 주체적인 자기 역할을 찾았기 때문이다. /최주연 기자
유학생도 학부모도 농촌 생활에 만족했다. 획일적인 교육 환경과 생활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교류하고 농촌에서 주체적인 자기 역할을 찾았기 때문이다. /최주연 기자

유학생도 학부모도 농촌 생활에 만족했다. 획일적인 교육 환경과 생활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교류하고 농촌에서 주체적인 자기 역할을 찾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유학 온 고강혁 군(5학년)은 “처음에 왔을 때는 긴장도 했다. 지내다 보니까 진짜 재밌더라. 모내기부터 워터파크, 스키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유학 오고 나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혁 군은 6개월 체험을 계획했지만, 유학기간을 더 연장했고 구례에 온지 벌써 2년째 됐다.

강혁 군의 어머니 이명우 씨는 “이곳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생겨버렸다”라면서 “아이들 학습을 위해 학습 돌봄도 한다”라고 말했다. 광의초교는 도서관을 개방해 학부모의 학습 돌봄 공간을 마련했다.

이씨는 “다문화 가정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이곳에서는 공동체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라면서 “맞벌이 가정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사회화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오빠가 되고 형이 돼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부모 스스로도 공동체 안에서 만족해했다. 4학년, 3학년, 7살 아이와 함께 농촌에 온 A씨는 “모내기나 캠핑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만들었다. 제 스스로도 감격스럽고 엄마로서도 뿌듯했다”라면서 “여기 오니까 내 존재가 너무 특별해지고 소중한 멋있는 존재가 됐다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경쟁하고 숙제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됐는데 여기 와선 애들이 적다 보니 전교생 같이 생활한다. 교육하지 않아도 나눠주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면서 “그 축이 학교인데, 지역의 학교가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학생들에게도 농촌 유학은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학습 환경을 풍부하게 했다. /최주연 기자
지역 학생들에게도 농촌 유학은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학습 환경을 풍부하게 했다. /최주연 기자

지역 학생들에게도 농촌 유학은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학습 환경을 풍부하게 했다.

박혜진 양은(6학년)은 “새로운 친구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교우관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면서 “적은 학생으로 모둠 활동과 체육 활동에서 불편함을 겪었는데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모든 게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농촌 유학 존폐 위기···내년 예산 작성·심의
시의회 생태전환교육 폐지 환경교육 대체

그러나 농촌 유학은 사업 확장은커녕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작년 서울시의회가 사업 예산인 10억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올해 1학기 농촌유학생 모집공고를 게시했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8억6800만원을 편성해 사업을 강행했다. 이에 시의회는 1학기 몫인 5억3200만원만 의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의회는 농촌 유학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 폐지에 힘을 모았다. 이날 15일 시의회는 제32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석의원 74명 만장일치로 재의결됐다고 밝혔다. 또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이는 지난 7월 서울시의회의 결정과 같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 7월 생태전환교육 관련 조례를 폐지하려 했다. 대신에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생태전환교육을 환경교육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역점사업인 농촌 유학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주도해 기획했다. 조 교육감은 농촌 유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 교육감은 광의초 학부모 간담회에서도 “예산 지원금 문제가 조금 난항이 있지만 내년 예산을 지금 또 작성하고 있고 심의에 들어간다”라면서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 조례 폐지 결정이 났고 조 교육감은 제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제120조에 따라 재의결에 대한 소(訴)와 집행정지를 대법원에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시의회 결정으로 어린이·청소년들이 미래 생존을 위해 교육 받을 권리를 박탈했다"며 "교육 현장에서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위한 생태전환교육의 혼란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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