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대출 금리 인하 및 계약금 완화
상해 부동산 주가지수 5760→5830대 넘어
주택시장 개선 기대···불확실성 해소 난항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는 물론 주택 구매자가 지급해야 하는 계약금 비율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고꾸라지던 중국 부동산기업 주가가 반응했고 전체적인 중국 증권시장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글로벌IB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일정 수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단기적 반등이라면서 불확실성 해소까진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4일 상해부동산주가지수는 전 거래일(5760.05)보다 70.80(1.23%) 오른 5830.84(오후 2시 4분 기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해종합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1.31(1.00%) 오른 3164.56으로 일주일 만(8월 28일 고점 기준 3219.04)에 최고점에 도달했다.
이는 중국 금융당국의 부동산 거래 촉진 정책에 기인한다. 기존 정책은 혜택 대상을 1주택 구매에 맞췄다면 이번엔 2주택 구매까지 확대했다.
인민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주택 구매 계약금(선수금) 비율을 낮추겠다고 했다. 기존 정책대로라면 1주택 구매자는 계약금으로 집값의 30% 이상을, 2주택 구매자는 집값의 80%까지도 지급해야 했다. 쉽게 말해 2주택 구매자는 20%만 대출받고 나머지 80%(계약금)를 내 돈으로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1주택 구매자와 2주택 구매자 계약금을 각각 집값의 20%와 30%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구매 희망자는 계약금 외 나머지 금액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게 됐고 금전적인 부담을 덜게 된다. 각각 80%, 70% 빌릴 수 있게 됐다.
또 인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 방침도 밝혔다. 2주택 구매자에게 적용했던 대출우대금리(LPR)에 0.6%포인트를 더했던 기존 가산금리를 0.2%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도시별 주택 구매 제한에 따른 차등도 폐지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인의 얼어있는 구매 심리와 더불어 경직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쏟아부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위안화 절하 방어를 위한 대책도 세웠다.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외화지급준비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국영은행들은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선물환시장에서의 달러 매입 및 현물환시장의 달러 매도 거래를 확대한다.
대출 규제 완화 조치 시장 개선 기대
비구이위안 급한 불 껐지만 첩첩산중
중국 당국의 부동산 시장 부양책에 일부 글로벌 IB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중국 주요 도시들이 모기지 대출규제 완화 조치를 확대하면서 부동산시장 여건도 일정 수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시티(Citi)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확대하는 등 성장 정책 노력이 가속화되는 한편, 중국의 경기사이클이 저점에 거의 근접하면서 향후 자산 가격도 반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상존한다. 자산관리회사 나티시스(Natixis)는 “비구이위안이 부채 상환을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당분간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날 비구이위안은 채권단 표결을 거쳐 39억 위안(한화 약 7000억원) 규모의 위안화 회사채 상환 기한을 2026년으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 조치로 디폴트는 피했지만, 지난 7일 지급했어야 할 297억 규모의 달러 채권 2종의 이자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심지어 오는 10월부터 내년 초까지 채권 만기가 줄줄이 다가오며 내년까지 갚아야 할 채권 원리금 총액은 157억200만 위안(한화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비구이위안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1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Fitch)는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국가 채무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5.6%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있던 202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주택 거래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전년 대비 마이너스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해종합지수와 부동산 지수는 최근 비구이위안 사태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살짝 상승 전환했다.
노무라(Nomura)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도입하고 있으나 시장의 분위기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부양책을 강화했지만, 효과는 지속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도 “중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내구재, 주택 및 여행 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이 둔화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 경제가 단기 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작으나 부동산 발 경기 하방 압력과 민간 부문 위축, 정책 추진력 약화 등으로 장단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게 우세하다”면서 “향후 중국 경제 성장률이 IB들의 예상치를 하회하고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등 대내외 환경 악화 시 단기 및 장기 성장률이 각각 4%대와 2%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올해 기존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5.1%, 2023~2025년 평균 4.5%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