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非퀴어 모두에 열린 술집 가보니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개설된 미래뉴스실습 강좌에 수강한 학부 학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었던 양선희 미래뉴스실습 책임교수의 지도하에 한 학기 동안 취재하고 쓴 기사들입니다. 양 교수와 학생들은 '업커밍(Upcoming)'이란 잡지도 발행했습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양 교수와 학생들의 동의하에 학생들의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색다른한잔' 내부 /한예림
 '색다른한잔' 내부 /한예림

모두에게 활짝 열린 공간,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는 곳

사람들이 북적이는 합정역 7번 출구. 왼편 블록을 돌아 골목길을 따라가면, 그 끝에 '색'다른 술집이 있다. 간판 위에서 오색 무지개가 빛나는 이곳의 이름은 <색다른한잔>. '퀴어·비건·펫 프렌들리 바'를 표방하는 수제 맥주&와인 비스트로다.

그곳은 생각 이상으로 평범하다

들뜬 밤의 술집은 붐볐다. 창가와 주방을 둘러싼 바 테이블도, 홀을 채운 4인 테이블도 제각기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럿이 왁자지껄한 이들, 조용히 창밖을 보며 '혼술'을 하는 이들. 바에 나란히 앉아 점원과 익숙하게 환담하는 이들. 주인을 따라온 북슬북슬한 털의 웰시 코기. 조금은 독특하지만 일상 속 어디서나 볼 법한, 활기차고 즐거운 펍의 풍경이다. 벽 곳곳에는 공간의 신념을 보여주는 듯한 그림들이 붙어 있었다. 

'색다른한잔' 벽면 문구 /한예림
'색다른한잔' 벽면 문구 /한예림

"퀴어 프렌들리라고 외계인이 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 단어를 내건 것만으로 누군가는 안정감을 느낄 테니까요."

<색다른한잔>의 사장 김아영 씨는 ‘다양성’이 공간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술의 다양성, 그리고 사람의 다양성이다. 퀴어와 비(非)퀴어, 혹은 게이 바와 레즈비언 바(남자는 출입할 수 없는). 그는 이런 식의 선 긋기와 고립, 분리에 의문을 품었다. 술을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 그것이 <색다른한잔>의 이상이라고 그는 말한다. 

'열린 공간'을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하나, 함부로 규정하지 않기. 손님의 외모를 보고 섣불리 특정 성별로 규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술' '남성분들이 좋아하는 묵직함과 드라이함' 같은 표현도 조심한다. 둘, 소수를 존중하고 선택권을 제공하기. 그의 말을 증명하듯, 메뉴판에선 [비건] 표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음식뿐 아니라 술도 마찬가지였다. '비건·펫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색다른한잔>은 사람들이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갈 곳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다. 

일상 속 차별로부터 안전한 공간

'퀴어 프렌들리'한 바는 여타 술집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사자가 아니면 인식조차 못 하는 미세한 차별로부터, '퀴어 프렌들리'를 내건 이곳은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동성 커플의 애정 표현을 신기하게,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트랜스젠더 손님을 향한 '여자냐 남자냐' 따위의 부주의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남성 손님도 자신의 이상형인 남성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학생분들이 취재도 나오는 걸 보니 정말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가운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색다른한잔' 간판 /한예림
'색다른한잔' 간판 /한예림

가게를 나오는 길. 무지개는 여전히 오색으로 빛났다. 

 

한예림 언론정보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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