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인터뷰
"질문은 인간 영역, 챗GPT가 기자 대체 못 한다"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개설된 미래뉴스실습 강좌에 수강한 학부 학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었던 양선희 미래뉴스실습 책임교수의 지도하에 한 학기 동안 취재하고 쓴 기사들입니다. 양 교수와 학생들은 '업커밍(Upcoming)'이란 잡지도 발행했습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양 교수와 학생들의 동의 하에 학생들의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챗GPT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챗GPT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기자와 챗GPT의 기사 작성 대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인간 대표로는 강지은 실습 기자가, 챗봇 대표로는 챗GPT가 출전합니다. 경기 종목은 아래 안내문을 참고해 주세요. 대결은 인간 기자가 먼저 기사를 제시한 후, 뒤이어 챗GPT가 기사를 작성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네, 지금 막 선수들 등장했습니다. 대결을 시작합니다!

<안내문>

- 대결 종목: 인터뷰 기사 
- 인터뷰 대상: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 주제: 인공지능 언어모델, 언론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 선수 소개
챗GPT: 2022년 11월 미국의 오픈AI가 출시한 채팅 형식의 인공지능 서비스. 질문에 대한 답변, 문서 요약 및 번역, 소설 및 시 작성, 코드 작성 등의 기능을 수행. 무료 버전에서는 언어모델 ‘GPT-3.5’를, 유료 버전에서는 향상된 정확도의 ‘GPT-4’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 이 대결에는 GPT-3.5 기반의 무료 버전 챗GPT가 출전.

 

강지은: 2000년 3월생. 경제학부 재학 중. 미래뉴스실습 수업에서 교수님의 훈련 아래 기자로서의 역량을 갈고닦고 있음. “앞자리가 숫자 1로 시작하는 학번(19학번)의 연륜을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출전. 

 

 

인간 기자의 선공: 오세욱 인터뷰 

"챗GPT는 새로운 기회···저널리즘 정신이 관건"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는 등장과 동시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챗GPT를 둘러싸고 "구글 검색의 시대는 끝났다"는 반응은 물론 몇몇 직업도 끝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딩부터 번역, 소설 및 기사 작성까지 기존의 화이트칼라 직종이 수행했던 역할을 챗GPT가 거뜬히 해내기 때문. 오픈AI 측에서 발표한 챗GPT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직업 역시 '회계사, 수학자, 작가, 웹 디자이너'로 전부 화이트칼라 직종이다. 

정보의 유통·조합 양상의 격변기를 맞아 언론과 기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지난 3월 서울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 재단 책임연구위원을 만났다.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의 관계를 연구하는 그에게 기자의 직업 전망에 관해 묻자 "저널리즘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 기자라는 직업은 대체될 수가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3년에서 4년이 지나면, 기자라는 직업과 언론은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기자는 민주주의 공동체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질문하는 권리를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았으며, 질문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찾아간다. 챗GPT는 누구에게 질문해야 할지 모르고 직접 질문할 수도 없다. 이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이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언론이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주장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오세욱 책임연구위원의 모습 /김솔지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오세욱 책임연구위원의 모습 /김솔지

챗GPT, 기술 한계 깨닫는 계기 될 것

―향후 3~4년을 기점으로 언론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3~4년은 시민이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의미한다. 어떤 기술을 10대부터 60대 이상의 연령층까지 일반 시민 모두가 사용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일단 기술을 사용해 봐야 그 한계도 체감할 수 있는 법이다. 기술의 한계를 체감하면 사람들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일이 있음을 깨닫는다. 

챗GPT는 때때로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챗GPT의 답변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심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챗GPT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그런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면, 챗GPT의 답변을 바로잡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담론이 생길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사실로 바로잡을 사람은 연구자가 아닌 기자다. 그 과정에서 기자들에 대한 신뢰가 고취되고, 저널리즘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언론은 시민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고무적인 전망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없나. 
"물론 있다. 챗GPT를 이용해 기사를 쉽고 빠르게 작성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다량의 기사가 무분별하게 생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 언론이 다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극단적으로 기자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연합뉴스 같은 뉴스 통신사만 남는 시나리오다.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기성 언론의 정파성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 챗GPT가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발전했을 때, 챗GPT에 의해 조합된 정보의 습득이 정파성 문제 해결의 활로가 될 가능성은. 
"챗GPT는 정파성을 해결할 수 없다. 정파성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 그러나 챗GPT는 질문에 답변할 뿐 대화를 유도하진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답을 몰라서 정파적으로 되는 건 아니다. 내 생각과 달라 듣기 싫은 목소리까지 한곳에 모아 전달하는 일은 언론만이 할 수 있다. 현재 언론이 대화가 아닌 분노를 촉발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정파성 문제는 언론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기자들은 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됐을까. 
"챗GPT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미흡하다고 본다. 기자들은 어떤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을 써보지 않은 채로 전달만 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들이 기술의 원리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기술이 가져올 언론 산업의 변화, 최소한 본인들의 작업방식 변화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그림 생성기 Deep AI가 그린 미래 기자와 언론사의 모습 /이미지 편집=김솔지
인공지능 그림 생성기 Deep AI가 그린 미래 기자와 언론사의 모습 /이미지 편집=김솔지

언론사의 경쟁자는 넷플릭스

―언론사가 생성하는 기사 콘텐츠의 성격도 변화할까. 
"보도자료 요약형 기사만을 생성하는 언론사는 살아남기 힘들다. 보도자료 정리는 챗GPT가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한편, 챗GPT는 질문을 던질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기자들 고유의 시각을 담은 콘텐츠가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이는 저널리즘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본래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다. 저널리즘의 본질인 '질문하고 답하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기자 개인의 측면에서도 '취재와 네트워킹'이라는 기자의 기본 역량이 탄탄한 기자가 성공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언론사가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요즘 언론사는 같은 언론사끼리만 경쟁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쏟아내는 콘텐츠와도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언론사가 고품질 콘텐츠를 유료화해 인공지능 학습자료로 판매하는 것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기회라고 이제야 깨닫다니 유감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사는 학습자료로서 훌륭한 데이터다. 일단 욕설이 없고, 비속어나 비문도 거의 없다. 인공지능 언어모델 제작사 측에서 충분히 지불 의사를 표명할 만하다. 다만 언론사들이 진작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저작권 측면의 준비가 미비했던 점이 아쉽다."

 

―하나의 사안과 관련된 기사들을 묶어 재가공하는 형식의 미디어 전망은 어떠한가. 챗GPT 검색과 차별점이 있나. 
"그런 형식에 대한 수요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골라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주제의 발굴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항상 챗GPT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기준으로 미래 전망을 판단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의식을 갖고, 질문까지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목소리도 있다. 
"챗GPT는 인간이 만들어 낸 정보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반면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고민한다. 공학도들은 인간과 같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의식을 '가진 것'과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어제의 우리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이상, 질문은 언제나 인간의 영역일 것이다."

 

☞ 오세욱 책임연구위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출신이지만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을 연구한다. 머니투데이 신입 기자 시절, 엑셀을 다룰 줄 알아 IT 담당 기자가 된 것이 계기였다. 이후 KBS 기자 및 미디어다음 뉴스편집팀장으로 활동했다. 미디어다음 재직 시절 대표기사 자동 선정 기술을 목격한 후 일자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테크놀로지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강지은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

김솔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

서울대 미래뉴스실습 교실 홈페이지 바로 가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