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과 관계 두고
김태효→이종섭→신범철 폭탄 돌리기
'정치 외압'인지 '항명'인지부터 따져야
박 전 대령 민간 중심 심의위 소집 요청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안보실의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며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제외시켜라는 지시가 내려진 국방부 장관실로 시선이 좁혀지고 있다.

1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명박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김태효 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외전략 비서관을 지낸 시기 이종섭 현 국방부 장관은 선임행정관, 임성근 현 해병대 제1사단장은 당시 행정관 보직을 맡았다. 군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이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김태효 1차장으로 추정되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 취재진을 만나 "개인적으로 과거의 조직에 비슷한 관계 부서에서 이름이 올려져 있다고 해서 여러 가지 추측하고 가짜뉴스를 만드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가안보실에서 무엇을 수정해서 (수사) 절차가 어그러지는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본다"라며 "저 자신이 그러한 경우나 과정에서 (이 사건을) 접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지금까지 사건의 경과를 복기하면 박 전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7월 15∼16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복구 지원을 하면서 실종자 수색 작전이 주 내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전 공지나 전파를 하지 않아 구명조끼 등 안전 장구를 구비할 수 없게 했다면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령 변호인 측이 공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임성근 사단장은 17일 오전 10시쯤에서야 산하 여단장에게 실종자 수색이 주 임무란 점을 알렸다. 앞서 예천에 투입된 각 부대 간부들은 지난해 태풍 때와 마찬가지로 복구가 주 임무인 줄 알고 삽 등만 챙겨왔고 18일부터 안전 장구 없이 실종자 수색에 들어갔다.

또 이뿐 아니라 임성근 사단장은 18일 오전 현장에서 장병들이 물가에서 수색하는 모습을 봤음에도 안전대책 조치보다는 복장이나 경례 등만 강조해 결과적으로 사망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그는 19일 채수근 상병이 사망하기 전 오전 7시를 전후로 관련 참모를 통해 대원들이 물속에서 수색하는 사진을 보고받아 확인했음에도 수사단에는 영결식장에서 사진을 처음 봤다고 진술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사단장의 진술이 허위로 구체적인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리=여성경제신문
정리=여성경제신문

 

임성근과 선 긋는 이종섭 국방장관
항명죄 더해 군사기밀법 위반 적용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다 막히고 집단 항명죄까지 덮어쓰게 된 박 전 대령은 이를 외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종섭 장관은 "임성근 사단장과 개별적 친분이 전혀 없다"며 "장관 취임 이전에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그는 조사 기록에 혐의 등이 적시된 초급 간부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경찰 이첩을 보류토록 지시했다는 입장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엔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해 모두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초급 간부여서 임성근 사단장 특정인을 위한 외압 행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신범철 차관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박 전 대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한 언론은 신범철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성근) 사단장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해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국방부는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범철 차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단과 회동한 데 이어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과 함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방문해 비공개 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함께 배석한 유상범 수석 대변인은 "국방부 내에서 문제점을 파악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며 "대통령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그 보고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자리에서 신원식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제1사단장이 이명박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함께 근무한 것이 이첩 보류 지시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김의겸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박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경찰에 자료를 넘겨 '항명했다'는 입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대령에게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이에 박 전 대령 측은 국방부 검찰단에 외부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외압 없이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이 모여 결정한다면 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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