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스킹'이란 용어에 예민한 반응
위험 회피 아닌 봉쇄·고립으로 간주

독일이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반도체 공장 투자 유치를 성사하고 글로벌 경제가 '인도·태평양'과 'EU 등 서방 진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 정보당국이 좌불안석이다.
9일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동이판 연구위원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명분으로 중국에 벽을 쌓을 경우 경제적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리스킹은 '위험 회피'라는 뜻으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 중국 방문 당시 언급하면서 대중국 정책의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했다.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거한다는 디커플링(de-coupleing) 즉 공급망 분리와는 다른 개념이다.
반면 중국 정보당국은 이를 자국 경제를 고립시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이판 연구위원은 "중국을 봉쇄할 경우 지역과 세계 경제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과 공급망은 더욱 격동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이 대만의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인 TSMC 독일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시점 나온 경고성 메시지다. 전일 TSMC 이사회는 35억 유로(38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독일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전체 투자금은 100억 유로(약14조4000억원) 규모로 이중 50억 유로(약 7조2000억원)에 대해서는 독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운영은 TSMC의 협력사인 보쉬, 인피니온, NXP이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또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 협정 법안에 서명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빠진 대만과의 무역 강화를 목표로 꾸린 협의체다.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래 처음으로 체결된 이번 협정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과 대만은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국가 간 조세 협정은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중국은 수교국인 미국이 대만과 공식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수교 성명 등의 규정 등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