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타다 서비스는 불법 콜택시가 아니라는 무죄를 선고한 지 한 달이 됐다. 법원 판결 이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한 사례” “타다의 승소는 국회의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야당 지도부의 사실상의 공개 사과가 있었고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타다 서비스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정치권이 이미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규제가 강한 한국 시장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법률리스크는 최우선 검토 대상이다. 타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률 검토는 물론 국토부, 서울시 등과 계속해서 협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가 확대되고 택시업계의 반대가 거세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타다를 기소한 검찰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겠다며, 지루한 법적 공방을 시작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2020년 3월 선거를 앞두고 있던 여야는 ‘타다금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국민의힘이 방조한 여야 합작품이다. 택시업계를 의식한 국토부가 몸을 사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타다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타다 서비스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행법을 교묘히 피했다고 비판하지만, 혁신은 언제나 기존의 관행과 규제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 타다가 대단한 기술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혁신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혁신을 평가하는 것이지 공급자가 스스로 주장한다고 해서 혁신이 될 수는 없다.
택시 서비스업은 다른 분야보다 혁신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우선 가장 중요한 가격에 대한 결정이 어렵다. 가격과 서비스, 결합상품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경쟁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가격은 정작 서비스제공자가 결정할 수 없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관행이 된 가운데 타다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시도했다. 사업 초기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선택하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가격과 서비스에 따라 시장이 나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점진적이고 고통 없는 혁신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기득권은 격렬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타다금지법은 한국판 적기조례다. 영국은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마차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자동차 앞에서 빨간 깃발을 든 사람이 주위에 위험을 알리며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규제(적기조례)를 마련했다.
국민의 안전을 핑계로 한 마부업계의 청부입법 결과는 영국 자동차 산업의 퇴보였다. 지금도 국회에는 제2의 타다금지법이 쌓여있다. 정치권의 타다금지법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